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 폐쇄 방침을 밝혔던 신한은행이 이를 돌연 보류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바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인데, 시세가 급등하면서 투기 광풍을 몰고 왔다.

특히 투기 광풍이 급속도로 달아오르면서 규제를 둘러싼 논란 역시 뜨겁다. 최근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라는 강경책을 언급했다가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고 불만과 항의가 폭주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청와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신한은행의 오락가락 행보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국내 금융권은 가상화폐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 실명거래를 위한 시스템을 준비하는 한편, 정부 방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가상화폐와 관련해 가장 조심스런 행보를 보인 것은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애초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았고, 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시세 급등과 함께 정부 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나오자 즉각 가상화폐 거래소에 제공하던 가상계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신한은행과 기업은행도 신규 발급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농협은행은 가상계좌 발급을 유지하다 정부의 실명제 도입 방침이 나오면서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그런데 신한은행의 행보는 유독 일관성이 없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가상화폐 거래소에 제공했던 가상계좌를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0일 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15일부터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입금도 중단시키고, 준비 중이던 실명제 도입은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시점이었다. 박상기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를 천명했다. 이어 가상화폐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신한은행까지 기존 가상계좌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충격이 더해졌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주말을 거치면서 입장을 바꿨다. 기존 가상계좌 폐쇄와 실명제 도입 무기한 연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를 둘러싼 달라진 기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박상기 장관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청와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일방적인 폐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렸고,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정부의 대응은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15일엔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과도한 투기와 불법행위는 강력히 대응하되,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 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혼란을 키우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일관성 없이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신한은행의 행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신한은행의 이러한 모습은 특정 입장을 유지하는 다른 은행들과 극명히 비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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