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전 특별검사가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당시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특검수사를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역공이다. 정호영 전 특별검사가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을 산 다스의 120억원대 비자금 관련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히려 검찰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으로부터 기록을 인계받은 뒤 후속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검찰의 ‘잘못’으로 미룬 것. 사건 당시 특검팀과 검찰 측의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호영 전 특검의 기자회견으로 다시 임채진 전 검찰총장에게 눈길이 쏠렸다. 그는 특검에서 BBK 의혹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다스의 120억원대 비자금 관련 수사를 진행했을 당시 검찰 수장으로 최고 책임자였다. 얼마 전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호영 전 특검이 검찰에 사건을 이송·이첩·수사의뢰하지 않은 사실과 함께 해당 내용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 정호영 “사건기록 인계했다” 임채진 “수사의뢰 없었다”

실제 정호영 전 특검은 인수인계서만 작성했을 뿐 다른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다. 임채진 전 총장은 특검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명동선), 대검 중수부장(박용석), 서울중앙지검 3차장(김홍일) 등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들로부터 “이번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아무 언급 없이 보내면 “검찰이 무슨 수로 그 내용을 알 수 있겠느냐”는 토로가 나온 이유다.

하지만 정호영 전 특검의 생각은 달랐다. 수사기록에 목록까지 붙여 인계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것. “사건 담당 검사는 특검에서 추가로 수사한 내용에 대해 수사기록을 검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다만 다스 비자금에 대한 추가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은 열어뒀다. 계좌 추적과 관계자 진술 등의 범위를 벗어난 방법에 따라 “특검이 발견하지 못한 일부 금액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사건 인계를 둘러싸고 정호영 전 특검과 검찰 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기’라는데 법조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양측에서 내세운 원칙과 관행이 검찰의 부실수사 비판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쪽도 유리한 공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호영 전 특검이 다섯 차례에 걸쳐 적극 해명에 나선 데는 형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 만들기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BBK 특검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다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특검으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앞서 특검팀은 다스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경리팀 여직원의 개인 횡령으로 결론을 내렸다. 120억원대의 돈과 MB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 더욱이 여직원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사 결과 발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MB의 대통령 취임식을 나흘 앞둔 2013년 2월21일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5년여 만에 다시 언론 앞에 선 정호영 전 특검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팀의 부실수사 의혹은 여전하다. 정호영 전 특검의 기자회견이 도리어 화를 산 모습이다. 회견 종료 이후 특검보를 지낸 김학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으나 “질문을 다 듣고 (내부적으로) 상의를 해서 (나중에) 답변하겠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질문만 적어간 것이다. 임채진 전 총장 측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말하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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