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만찬 9번, 오찬 21번... 초대대상 광범위

문재인 대통령이 재외공관장들과의 만찬행사에서 건배를 하며 웃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한 후 9번의 만찬과 21번의 오찬행사를 열었다. 해외순방 기간 혹은 국내에서 외국정상과의 행사, 청와대 외부행사를 제외한 숫자다. 집권기간이 8개월 밖에 안 됐고 이 중 한 달 정도는 해외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식사’ 행사를 소화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및 만찬 일정을 살펴보면, 시기별로 몇 가지 특징이 관찰된다. 먼저 집권 초기인 5월에는 주로 감사인사 및 상견례의 성격이 강했다. 5월 11일 청와대 신임 실장 및 수석들과 오찬행사를 시작으로 그 다음날에는 청와대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같은 달 19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행사를 가졌고, 일주일 후에는 국무위원들을 불러 인사 겸 점심식사 행사를 개최했다. 6월 9일에는 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해 청와대 만찬행사를 개최, 대선기간 당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 만찬 9번과 오찬 21번, 누구와 밥 먹고 어울렸나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식사행사’에 본격적으로 정치메시지를 담은 것은 6월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초대해 점심을 함께 했는데,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전임 총장을 각별히 예우하며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6월 15일과 8월 14일에는 ‘호국보훈’과 ‘광복’의 뜻을 살리기 위해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독립유공자 유족들을 초청했었다. 여기에는 ‘민주진영은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정무적’ 목적이 있는 행사도 적지 않았다. ‘일자리 추경’의 국회처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3일 국회 예결위 간사단을 초청했고, ‘협치’를 하자는 의미를 담아 7월 처음으로 여야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났다. 특히 홍준표·안철수 등 야권의 신임대표들이 선출된 이후에 열린 9월 청와대 만찬에서는 벙커를 공개하는 등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불참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른바 ‘홍준표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정 집단에 대한 ‘격려’ ‘고무’ 목적의 행사도 잊지 않았다. ▲7월 18일 군 지휘부 오찬 ▲8월 31일 다자녀 공무원 격려 오찬 ▲12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 오찬 ▲12월 8일 전군 주요지휘관 격려 오찬 ▲12월 18일 재외공관장 만찬 ▲12월 26일 국무회의 구성원 만찬 ▲12월 27일 국가교육위원회 만찬 등이다. ‘격려’의 의미가 담긴 만큼, 주로 연말을 이용했다는 게 특징이다.

◇ ‘메시지’ 전달과 ‘예우’ 의미 담는데 최고의 수단

트럼프 대통령과의 국빈만찬 당시 독도새우 등 청와대가 준비했던 메뉴 <청와대 제공>

또한 경제계·노동계 인사들과의 교류도 오찬 및 만찬을 통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7월 27일과 28일 각각 주요 대기업 CEO를 초청해 ‘호프미팅’을 열었고, 10월 24일에는 한국노총 등 노동계 인사를 초청해 ‘노정대화’의 물꼬를 텄다. 해를 넘겨 1월 16일에는 중소벤처 기업 및 소상공인과 청와대에서 만남으로서 주요 상공인 및 노동계 인사들과 한 차례씩 면담을 하게 됐다.

식구(食口)라는 한자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식사는 대화를 통해 공감하고 설득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리다. 숨 쉬는 것조차 ‘정치적’이어야 할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장치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지지층의 외연을 넓힐 수 있음은 물론이다. 메뉴 하나에도 의미를 담을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행사에 나온 ‘독도새우’, 노동계 인사와의 만찬에 나온 ‘콩나물밥’ 등이 대표적이다. 콩나물밥은 전태열 열사가 생전 즐겼던 음식으로, 탁현민 행정관이 전순옥 전 의원에게 물어 특별히 준비했다는 일화도 있다.

무엇보다 ‘진정성을 담아 각별히 예우한다’는 것을 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민주노총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불참했는데, 이를 두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꼭 불참까지 했어야 했느냐’는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협의 정부기조’ 발표에 앞서,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었다. 이후 외교부가 ‘파기선언’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은 즉각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협의를 발표한 박근혜 정부 때와 그 온도차는 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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