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에 비해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생산가능인구의 급속한 감소를 뜻하는 ‘인구절벽’은 30년 뒤를 준비하는 정책담당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통계청이 지난 16년 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 한국의 인구는 지난 2015년과 유사한 수준(약 5,105만명)이지만, 연령계층별 인구비중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총 인구의 73.4%를 차지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54.3%로 줄어드는 대신 고령층(65세 이상) 비중이 35.6%로 늘어난다. 이후 고령인구의 숫자가 약 1,800만명 정도로 유지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계속해서 하락하기 때문에 한국의 총 인구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낮은 출산율이 그 원인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노동시장이 활력을 잃는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국가의 조세수입이다. 소득이 있어야 세금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재정지출 전망에 대해선 보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보건·복지지출의 증가는 이미 기정사실화됐지만 여타 분야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으며, 인구구조의 변화가 정책의 변화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50년 뒤 조세수입, 현재의 72% 수준으로 떨어질 듯”

국제 신용평가사와 금융기관들은 현재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 명성을 유지하려면 별도의 노동시장참여율 제고정책이 필수적일 듯하다. 송호신·허준영 교수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는 한국이 현 평균 실효세율을 유지할 경우 2065년의 노동세입과 자본세입은 각각 현재의 72%와 74%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5년 기준 119조원 수준인 노동세입의 경우 2040년에 100조 이하로 감소하며, 2065년에는 86조원으로 떨어진다. 연 50조원 수준인 자본세입도 37조원 수준까지 꾸준히 줄어들 전망이다.

내수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소비세 전망에도 우려를 제기한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은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인구고령화와 더불어 고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전체의 수출비중이 상승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서비스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제조업에 대한 국내 수요는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기뻐할 수 없는 교육지출의 감소

수능응시인구의 증감과 학급당 학생숫자는 한국사회의 낮은 출산율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지난 2010년 당시 71만2,000여명이 수능시험에 응시했던 반면 이번 2018 수능시험에 접수했던 인구는 59만3,000여명에 불과했다. 작년 8월에는 학생인구의 감소를 이유로 임용시험 선발인원을 대폭 축소해 발표했던 교육청이 교육대학을 중심으로 한 학생층의 집단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인구의 증가와 함께 우후죽순 늘어났던 교육기관들도 이제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는 15세 미만 인구비중의 감소가 교육비 지출을 완만하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6년부터 65년까지 한국경제가 연평균 1%씩 성장할 경우 교육비 지출은 연 5,000억원 줄어들며, 0% 경제성장을 가정할 경우 지출감소량은 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물론 이는 단순한 재정지출상의 이익일 뿐이며, 국가경쟁력이나 교육의 질과는 무관하다.

◇ 모병제 지출 부담할 수 있나

고등학교 졸업자 및 대학 재학생이 주 대상인 군복무 또한 교육계와 마찬가지로 인구절벽 문제의 핵심 당사자다. 현재 약 275만명 가량인 18~21세 남성 인구는 향후 20년 동안 100만명 넘게 줄어들 전망이며, 이 경우 현행 징병제도 하에서 60만명에 달하는 현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의무복무기간을 늘리자니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이 모병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현재까지 모병제 전환의 실리를 검토한 많은 보고서들이 발표됐지만 그 결론은 제각기 다르다. 다만 경제적 관점에서 모병제 전환이 가능하다는 시사점은 도출된 적 있다. 육군 소속의 이동환·강원석 연구자가 작년 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2030년을 기준으로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약 5조2,000억원에서 6조9,000억원의 비용을 더 필요로 한다고 계산했으며, 정부 예산상 병력운영비 증가분이 이보다 많음을 들어 모병제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징집대상인 청년층이 군복무 대신 경제활동을 수행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인구절벽의 도래가 가까워지면서 징병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남경필·이재명 등 일부 대선주자들이 기간제 모병제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송영무 현 국방장관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모병제에 대해 검토하거나 염두에 둔 적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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