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00명의 정치/경제/사회활동가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이 23일부터 열린다. 사진은 다보스 포럼의 사전기자회견을 진행하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16일).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계경제포럼(WEF)의 48번째 연차총회가 오는 23일(현지시각) 막을 올린다. 회의가 열리는 지역의 이름을 따 ‘다보스 포럼’이라고 불리는 이 모임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정책결정자·금융인·기업인·학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만남의 장이 돼왔다.

◇ 국제적 갈등 극복 논의가 중심

이번 총회의 주제는 ‘분절된 세계 속에서 창조하는 공동의 세계’로 선정됐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우리 세계가 점차 분절됐다”며 이번 연차총회가 다양한 국가들이 공통된 관심사들을 논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고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등 갈등이 확대됐던 지난 한 해에 대한 경계인 셈이다.

나흘 동안 열리는 400개 이상의 세션들을 아우르는 것은 4개의 대주제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다극주의·다중심주의 세계, 분열의 극복이 그 중 세 가지다. 마지막 주제는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도덕적 정책대응의 필요성이다. 현대사회의 정의가 바꿔놓는 과학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평등과 사회적 효용이라는 가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 어떤 사람들이 모이나

참석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G7 중 일본을 제외한 6개 국가의 정상이 모두 모이며, 안토니호 구헤테스 UN 사무총장과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 등 굵직한 세계기구의 대표자들도 얼굴을 비춘다. 민간 부문에서는 대학과 노동기구, 언론계에서 약 1,900여명이 참석한다. 여기에는 900여명의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이 포함돼있다.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다양한 조합도 그려질 전망이다. 우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세 무역협상대표가 모두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다. 공교롭게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재협상을 위한 6번째 회의가 시작되는 날도 포럼 개막일과 같은 23일이다. 캐나다의 무역협상대표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은 스위스 체류기간 중 세 대표가 NAFTA 재협상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똥통’이라고 불렀던 아프리카의 지도자들과 불편한 만남이 예정돼있다. 지난 11월 무가베를 밀어내고 짐바브웨의 새 대통령이 된 에머슨 음난가그와를 비롯한 9명의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다. 이들이 속한 아프리카 연합(AU)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받는 손님’이 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이 이슈화된 것은 비단 아프리카 지역과의 갈등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래 18년만의 일이다. 백악관이 이번 참석 결정을 공식 발표한 것도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깜짝 방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과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 게리 콘 수석경제보좌관과 제러드 쿠쉬너 수석고문 등 동행자들의 무게감도 높다.

미국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석 결정은 환영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더 많이 받고 있다. 양자가 대변하는 가치가 상극에 가까운 상황에서 과연 생산적 논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와 양자주의를 내세운 반면 세계경제포럼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자유무역과 더 많은 지역 간 교류, 그리고 경제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더구나 이번 총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원흉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분절된 세계’가 주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다보스 포럼이 대표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거부”라며 대통령의 참석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의 마지막 날(26일) 폐막 연설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다시 주목되고 있다. CNN은 12일(현지시각) ‘다보스 포럼이 트럼프로부터 듣고 싶은 6가지 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안타깝게도 “중국·멕시코와 무역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나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고려할 것이다” 등 CNN이 제시한 문구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사라 샌더스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이념에 대해 외국 정상들과 토론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와 정반대되는 이야기들만 나오는 시나리오가 더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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