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가 ‘분양보증’ 업무를 무기로 고분양가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역대 최고 분양가가 산정될 가능성이 높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은 주요 타깃이 됐다. HUG는 ‘나인원한남’의 분양 보증심사를 지연시키며 분양가 낮추기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 역대 최고 분양가 아파트, 분양보증 승인 심사 장기화

‘나인원한남’ 시행사인 대신F&I가 HUG에 분양보증 심사를 신청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주택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분양보증은 분양 사업자가 파산 등으로 분양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것을 뜻한다. 통상 분양보증은 사업자의 신청을 접수한 뒤 사흘이면 처리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나인원 한남’의 경우 한달 반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현재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점 외에는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심사가 장기화되는 배경에는 ‘고분양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은 지하 3층, 지상 5~9층, 9개 동, 총 33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최고급 아파트 단지다. 주력 평형인 전용면적 206㎡(170가구)와 전용 244㎡(93가구)는 3.3㎡당 5,600만원선으로 책정됐다. 듀플렉스(101평형)는 분양가가 3.3㎡당 6,900만원이다. 초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펜트하우스 총 29가구의 경우 HUG에 분양가 결정을 사실상 위임했다.

당초 예상보다 책정된 분양가가 낮아졌지만 ‘나인원 한남’은 여전히 최고가를 자랑한다. 이전까지 최고 분양가 기록은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였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4,838만원이였다. 분양가가 높은 만큼 보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HUG는 깐깐한 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정부 규제 대책 발맞추기… 분양가 낮추기 압박

여기에 정부의 ‘집값 잡기 규제’ 대책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기 위한 행보로도 분석된다. 최근들어 서울 집값은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57% 상승했다. 이는 8·2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 주의 상승률(0.57%)을 회복한 것이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이같은 집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고급 아파트 분양 물량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집값 상승세에 활시위를 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분양보증을 통해 ‘고가 분양가 통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심사를 무한정 길게 끌고 간다면 HUG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특별한 명분 없이 분양보증을 거절한다면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도 있다. ‘나인원한남’은 HUG의 분양보증심사 기준 상 절차 통과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승인 의사 결정이 속도를 내는데는 후임 사장 인선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UG는 지난 8일 김선덕 사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후임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후임 인선 결정 전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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