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했다. 거침없던 상승세만큼, 하락세도 걷잡을 수 없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18일 새벽 1,200만원 마저 무너졌다. 지난 6일 2,500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열흘 새 반토막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 새해 들어 폭등을 이어가다 지난 10일 230만원까지 넘어섰지만, 18일 새벽엔 10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리플은 물론 기타 여러 가상화폐 역시 같은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상화폐는 지난해 시세가 크게 뛰어오르며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비트코인의 경우 연초 100만원이었던 시세가 2,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1년 새 20배나 시세가 오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등과 폭락 등 롤러코스터 행보가 반복됐지만, 이번처럼 큰 폭으로 주저앉은 적은 없었다.

◇ 기세등등했던 새해… 한·중·미 겹악재에 ‘폭삭’

최악의 폭락을 부른 원인을 무엇일까.

우선 우리 정부의 강력한 규제 의지 천명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광풍이 지나치게 달아오르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규제 의사를 밝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세는 계속 치솟았고, 세계 평균 시세보다 국내 거래소 시세가 월등히 높은 이른바 ‘김프(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신년간담회 자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는 등 강력한 규제 방침을 밝혔다. 파문이 커지자 청와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났으나, 곧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밝히면서 폭락으로 이어졌다.

가상화폐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행보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향후 다른 나라의 대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이어진 우리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전 세계 가상화폐 시세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우리 정부의 규제 방침 천명만이 가상화폐 시세를 움직인 것은 아니다. 이번 폭락세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똑같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행보 못지않게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 정부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시키는 등 우리 정부보다 빠르고 강력한 규제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 채굴 금지 등 한층 더 강력한 규제 방안을 꺼내들었다.

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는 세계 5위 규모로 알려진 가상화폐 거래소가 3일이나 먹통 상태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또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 등 유명 경제인의 경고가 계속되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여러 변수가 고루 작용하면서 유례없는 폭락이 발생한 것이다.

◇ 몰락의 시작? 반등의 시작?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까. 아니면 다시금 예전의 상승세를 되찾게 될까.

우선, 18일 새벽까지 이어진 폭락세는 현재 멈춘 상태다. 오히려 이날 한때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20~30%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는 비트코인 시세가 1,400만원대, 이더리움 시세가 130만원대, 리플 시세가 1,800원대에 형성돼있다.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시세 움직임은 달라졌다.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가상화폐 거품이 서서히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 투자에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었고, 일부는 큰 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큰 손해를 입거나 마음을 졸인 이들도 상당수다. 특히 이번 폭락 과정에서는 롤러코스터 시세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많은 이들이 직접 체감했다. 주식 시장의 경우 일정 폭 이상의 상승 또는 하락이 제한돼있고, 거래 정지 등의 조치가 취해지기도 하지만 가상화폐는 그렇지 않다.

아울러 국내 거래소의 문제점과 취약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폭락 과정에서 접속 장애로 더 큰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

논란은 있지만, 정부의 규제 방침이 한결 같다는 점도 가상화폐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부의 규제 방침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지만 당분간 정부 입장이 바뀌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락가락 행보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향후 가상화폐를 연착륙시키더라도, 당장은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것이 급한 상황이다.

정반대의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은 가상화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과정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검은 돈의 유입이나 지나친 투기에 대한 규제가 결국 가상화폐 합법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 가상화폐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한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