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수학’으로 유명한 교육전문업체 ‘천재교육’의 계열사간 거래 행태가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와 닮아있어 주목된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철퇴’에 본격적인 제재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업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현 정부는 계열사를 동원해 오너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안겨주는 일감몰아주기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중견기업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해법수학’으로 유명한 교육전문업체 ‘천재교육’도 공정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와 닮아있어 주목된다.

◇ ‘후계자’ 최정민, 2010년 주주명단 등극 이후 ‘수상한 변화’

1981년에 설립된 ‘천재교육(회장 최용준)’은 교과서와 학습교재를 출판하는 교육 출판 전문기업이다. 설립 당시 명칭은 ‘도서출판 천재교육’이었으나 1986년 11월 ‘천재교육’으로 이름을 바꿨다. 천재교과서를 비롯해 프린피아, 해법에듀, 천재상사, 천재인터내셔널 등의 계열·관계회사를 두고 있다.

주목되는 회사는 ‘프린피아’다. 1991년 11월 1설립된 이 회사는 2000년 4월 상호를 오양인쇄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프린피아로 변경했다. 오너인 최용준(20%) 회장과 장남 최정민(80%)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 개인회사다.

출판물 인쇄를 주 사업으로 하고 있는 프린피아는 매출의 상당부분이 주요 계열사로부터 나오고 있다. 프린피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432억원의 매출 중 284억원 가까이가 천재교육을 비롯한 관계사들로부터 나왔다. 전체 매출의 약 66%에 달하는 규모다.

관심을 끄는 것은 오너 2세인 최정민 부회장이 프린피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 ‘수상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사실이다. 매출이 증가한 것은 물론, 현금배당까지 시작됐다.

당초 프린피아는 최용준 회장과 딸 유정 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장남 최정민 부회장이 프린피아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0년이다. 당시 최 회장은 지분 41%를 최정민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2년 최정민 부회장은 프린피아의 지분 80%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정민 부회장이 지분을 증여받기 전까지만 해도 프린피아는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할만큼 실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41%)가 된 2010년 프린피아는 42억여원의 흑자를 낸 것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매출과 실적이 급상승하고 있다. 2016년 현재 매출 431억원, 영업이익 54억원, 당기순이익 6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엔 특수관계인 계열사 ‘해법에듀’의 지분 75.2%를 취득하면서 연결기준 매출은 1,108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오너 2세인 최정민(우) 부회장이 프린피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 관계사와의 매출이 급증한 것은 물론, 이때부터 현금배당까지 시작됐다. 사진 좌측은 천재교육 최용준 회장.

◇ 안정적 거래처에 배당까지… 전형적인 재벌 구태 답습

이 시기 프린피아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천재교육, 천재문화, 천재상사 등 특수관계자(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0년 55.4% 수준이었던 내부거래는 2016년 현재 66%로 증가했다. 그룹 관계사들과의 거래에서 수익을 내는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사례다.

최정민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오른 시점부터 현금배당이 실시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최정민 부회장이 지분 80%를 확보한 2012년 당시 프린피아는 총 15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프린피아 설립 이래 처음 실시된 현금배당이다. 이후 △2013년 15억원 △2014년 15억원 △2015년 2억원 △2016년 30억원 등 해마다 현금배당은 늘고 있는 추세다.

안정적인 거래처를 바탕으로 두둑한 배당까지 챙기고 있는 것인데, 최정민 부회장 입장에선 프린피아가 경영권 승계의 기반이자 자금줄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는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재벌가의 대표적인 사익편취 행위이자 편법 경영권 승계 행태로 보고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현재는 대기업 중심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과세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천재교육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인 이유다.
 

천재교육 “프린피아, 일감몰아주기 아닌 불가피한 거래”

프린피아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천재교육 측은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불가피한 거래”라는 설명이다.

천재교육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사에서 발행하는 교과서와 참고서는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하는 신학기에 맞춰 출판돼야 하기 때문에 출판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교과서는 사전에 외부로 유출돼선 안되는 민감한 성격의 출판물인데다, 신학기 시즌에 한꺼번에 몰리는 물량을 소화할 업체를 찾지 못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린피아를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인쇄시장에서 교과서를 인쇄할 수 있는 인쇄기는 특정기종으로 한정돼 있다”며 “대부분 출판사들이 인쇄시기나 인쇄기종 등의 문제로 인해 자체 인쇄공장을 운영하거나 인쇄계열사를 설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프린피아에 계열·관계사의 물량이 몰렸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영업을 통해 EBS교재·패션잡지·홈쇼핑 카탈로그 등 꾸준히 외부 인쇄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오너 2세에 대한 배당 문제와 관련 “담당부서에 문의해 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하지만 끝내 회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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