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우리 당의 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신년 인사차 이 전 대통령을 찾은 홍준표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지만, 정작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도 난처한 입장에 처한 모습이다.

한국당은 지난 17일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입장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권은 정권을 잡은 이후 보수궤멸을 노리고 전임 정권에 이어 전전 정권까지 정치보복성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논리대로 특활비가 범죄라면 좌파정부 특활비도 수사하는 것이 정의이고 공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공은 문재인 정부와 검찰로 넘어갔다”며 “문재인 정권은 지난 9개월 동안 정치보복에만 매몰돼 온 것을 봐온 국민들께서 전임정부, 전전임 정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냉철한 시각으로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상기하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표 역시 이날 전북시당에서 열린 광주시당·전남도당·전북도당 합동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 차원에서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당 출신이지만 (본인이) 나가 당원도 아니다”라며 이 전 대통령 비판에 대한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이에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도 지난 5일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던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은 MB의 다스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그 문제는 MB가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해 수사하는 상황에 대해서만 비판하고, 이 전 대통령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는 대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짐’ 된 이명박…한국당 소극적 방어하는 이유

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에 대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주장과 이에 대한 정부여당 비판에만 반박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당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주장에 ‘분노했다’는 청와대의 입장 발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돼서 그런 말 했다면 이해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아니고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정치보복 중심에는 일개 비서관 지휘 하에 검찰이 사냥개 노릇을 하는 것은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반발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은 현재까지 한국당 내에서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이 전 대통령 관련 이슈를 이중잣대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한국당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6월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과 연관된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수주 의혹에 대해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부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맺은 아랍에미리트와의 군사협약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와 오히려 당이 상처입은 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이 전 대통령 의혹에 대응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아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그 분은 우리 당의 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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