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바티스·한국화이자 이어 한국오츠카제약서도 사내 성추행 사건 발생
늑장 대응에 소극적 대처 비난… 국내 제약사들 예방책 마련 분주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다국적 제약사들의 성추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노바티스와 한국화이자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오츠카제약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 이들 중 일부는 사건 발생 후 미적지근한 대처로 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이어 터지는 사내 성추문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대처가 향후 국내 제약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시간 끌고, 피해자 강제휴가 조치... 뿔난 여론

남성 토탈케어 브랜드 ‘우르오스’ 판매사로 알려진 한국오츠카제약의 성추행 사건이 일단락이 났다. 18일 한국오츠카제약은 지난해 12월 말 해외 워크숍에서 발생한 사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 직원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사측은 이달 2일 사건을 접수받고 최근에야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사이 가해 직원은 본래 직에서 일을 하고 피해 직원이 타부서로 발령난 사실이 보도되면서 한차례 논란이 됐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이에 대해 징계위의 조사 과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다. 또한 피해 직원의 타부서 발령은 징계 조치가 결정되기 전 임시적인 이동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상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가해자를 분리시키는 것이 보편적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아쉬운 조치라는 지적이다. 또한 설립 30년이 넘은 제약사에서 성추행 등 발생 시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규가 없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가해 직원에 대한 징계는 직책 면직과 감봉조치로 알려졌다.

한국화이자도 사내 성추행 사건으로 지난해 뒤숭숭한 여름을 보냈다. 해당 사건은 자신을 한국화이자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익명 커뮤니티에 관리자급 남성 직원의 수년간의 성추행 행태를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십수년간 성추행을 저지른 지점장이 아무런 징계도 없이 발령을 받았다”며 “피해자는 강제휴가 보내고, 가해자는 회사 잘 나와 희희덕대고 있다. 회사가 감싸는 거 보니 정말 역겹다”고 질타했다.

더욱이 한국화이자는 2011년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줬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화이자 측은 내부적으로 가해 직원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징계 수위는 개인신상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한국노바티스 역시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저녁 회식자리에서 여성 임원이 남성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언행으로 문제가 된 것. 이후 피해 직원이 회사에 문제 제기를 하며 징계위원회가 구성되자 가해 임원이 11월 초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아쏘시오, 성추문 방지 위원회 설치... 제약업계 ‘관심’

국내 제약사들도 남성 위주의 사내문화가 대체적으로 형성돼 있다보니 다국적 제약사들의 성추문 논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향후 유사 사건 발생 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체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성추문 사건 예방에 적극 나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해 11월 28일 한종현 대표를 위원장으로 인력개발실장, 인사노무팀장, 법무팀 변호사 등이 구성된 ‘성희롱 예방 고충상담위원회’ 운영에 돌입했다.

동아쏘시오는 기존에 고충상담위원회가 설치돼 있었지만 성추문 사건에 특화된 위원회를 따로 신설했다. 여기에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공개한 ‘2017년 폭력 예방 교육 운영안내’를 기반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지침을 별도로 마련했다.

여성가족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희롱의 기준은 남녀 구분 없이 피해자의 판단에 따른다. 동아쏘시오 역시 해당 가이드에 따라 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동아쏘시오는 위원회 구성 7인 중 3인을 여성으로 구성, 성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간 제약업계에선 체계적인 성희롱·성폭행 예방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만큼 동아쏘시오의 위원회 설치는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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