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명 재산 의혹에 휩싸였다.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진 다스 임원들의 부동산 거래가 개인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명의를 빌린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주식회사 다스의 진짜 주인 찾기가 전환점을 맞았다.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과거 BBK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을 뒤엎는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번 수사에선 사실을 진술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두 사람은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사건의 키맨으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다. MB의 차명 재산 의혹에도 핵심 인물로 꼽혔다. 문제가 된 제주도 서귀포시 땅과 충남 천안 땅의 명의자가 바로 두 사람이다.

◇ “명의 다르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MB”

실제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먼저 제주도 땅의 경우 두 사람이 지분 형태로 공동 소유했다. 특히 상대방 명의의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까지 했다. 본인 명의라 할지라도 쉽게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JTBC는 지난 17일 이 같은 내용과 함께 대구지방국세청장 출신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의 말을 빌려 “차명 소유인들이 재산을 차명으로 올려놓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MB의 대통령 재임기간 가격이 폭등한 것. 두 사람이 1999~2000년에 걸쳐 매입한 6만㎡(약 1만8,000평)의 땅은 현시가로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JTBC와 인터뷰에서 “실질적인 주인은 MB”라면서 “제주도에는 명의만 다른 사람으로 돼 있는 땅이 많다”고 말했다. 명의를 빌린 MB의 땅이 더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의 수상한 거래는 천안 땅에서도 발견됐다. 1997년 공동명의로 부지를 매입한 뒤 2003년 6층짜리 건물을 세웠다. 이후 2010년 매각했다. 이때 얻은 시세차익 또한 수 십 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가 세워지면서 요지가 된 것. 공교롭게도 MB의 처남 김재정 씨도 생전에 사들였던 땅이 다스 2공장 설립 허가가 나면서 투자 효과를 봤다. 해당 부지는 농업시설 외에 허가가 나올 수 없는데, MB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허가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JTBC와 인터뷰를 통해 다스 임원들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 “차명 소유인들이 재산을 차명으로 올려놓는 방식 중 하나”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뉴시스>

때문일까. 다스 임원들은 ‘경주 부자’로 알려졌다. 다스 본사가 있는 경주에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한데다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처럼 시세차익을 많이 얻어 “돈이 많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작 내부의 사정은 달랐다. 다스의 핵심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김성우 전 사장이 MB와 함께 다니며 인근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게 JTBC의 설명이다. 다스 임원들이 사들였던 전국 각지 부동산에 대한 매입 자금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차명 재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할 만큼 수사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MB의 직접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성우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다스의 전신 대부기공 설립 과정에서 MB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은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다스 직원들 사이에서 ‘왕회장’으로 불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