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왼쪽)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청년이 미래다' 토크 콘서트에 앞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18일 통합을 공식 선언하며 한국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진영 논리에 빠져 권력만 탐하는 기득권 보수와 수구적 진보를 물리치겠다"라며 "유능한 대안정치를 보여주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통합공동선언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이유가 단순히 3당과 4당이 합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보수와 진보 프레임을 각각 독점해온 거대양당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고,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굴레를 깨줄 것이란 기대감과 희망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6%, 자유한국당 9%, 바른정당 8%,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4%로 조사됐다. 여당을 제외한 야당의 지지도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없음/의견유보'는 28%였는데 이는 모든 야당 지지도를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안 대표는 대한민국 정당사를 '3당 잔혹사'라고 평가했다. 정주영 현대그룹의 통일국민당이나 정몽준 전 의원의 국민통합21 등 쟁쟁한 인물들이 탄생시킨 제3당조차 단명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안철수-유승민 두 대표는 통합개혁신당이 추구할 가치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국민이 잘 체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이념이나 지역의 중간이라는 개념의 중도보수라면 3당 잔혹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이 최근 가상화폐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의 내부자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사실로 드러나 정부의 실정을 부각한 것처럼 날카로움을 겸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보 분야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정부에 경고만 할 게 아니라 현재의 북핵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정책 토론회에 초대할 전문가를 고르는 안목도 높일 필요도 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국내 여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을 초빙하는 등 지속적인 '이슈 메이킹'에 진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지난 11월 "북한 김정은은 소프트파워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정책토론회에 초대해 의견을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두 대표의 공통점은 다른 정치인과 달리 각자의 특출난 전문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IT분야의 전문가이자 기업 CEO, 유승민 대표는 경제학자라는 점에서 4차산업혁명이나 최저임금 등 경제·산업 분야에서 선도할 수도 있다.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양당 청년당원과 함께 하는 간담회에서 "한국 정치인 중 컴퓨터 하면 누군가, 경제학자의 으뜸은 누구인가"라며 "젊은 세대의 문제를 푸는데 두 분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두 분이 많이 싸워서 청년이 관심 가지게 정책으로 다퉈달라"고 주문한 것도 두 대표가 전문성을 살려달라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쉽지 않은 길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 내 통합반대파도 하루가 멀다 하고 통합신당을 비난하고 있다. 통합과정에서 안 대표가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격받을 여지를 제공한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호남당, 보수야합 등 정치적 공세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안철수-유승민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권이 해온 소모적 싸움이 아닌 생산적인 정책과 대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 흩어진 중도표심을 확보하는데 진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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