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녀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매입할 때 10억원을 현찰로 낸 정황이 포착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국가정보원은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할 때 지폐 계수기를 이용했다. 계수기에 오만원권을 넣으면 띠지로 묶여 100장이 나오고, 이 돈뭉치를 10개 만들어 다시 밴드로 묶으면 담뱃값 높이의 5000만원짜리 돈다발이 된다는 게 이헌수 전 기획조정실장의 설명이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의 전달책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에도 이헌수 전 기조실장의 증언은 연관성을 보였다. 바로 계수기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자녀가 10억원대 서울 강남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현금으로 지불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해당 아파트를 매도한 A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의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수기를 가져와 돈을 셌다는 것. 이에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빼돌려 자녀들의 아파트 매입 자금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 2009년 2월 계약이 이뤄진데다 자녀들의 소득과 납세 자료를 확인했을 때 자금 마련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검찰은 지난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을 포함해 3~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으로부터 요구를 받았다는 것.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그가 다시 한 번 수사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