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이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했다. 그는 북한 내 문화예술계에서 실세로 불린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년여 만이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처음으로 경의선 육로가 열렸다. 바로 현송월 때문이다. 그는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공연장 후보군을 둘러봤다. 앞서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해 서울과 강릉에서 한차례씩 공연을 하기로 약속했다. 사실상 현송월의 방남은 북한 내 문화예술계에서 ‘실세’라는 증거다.

실제 현송월이 단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란봉악단은 2012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창단됐다. 이후 핵·미사일 발사 성공 등의 주요 행사 때마다 무대에 오르며 국보급 예술단체로 불리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모란봉악단의 노래는 몇 천만t의 식량보다 중요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 실무접촉 당시 현송월을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으로 소개했다. 왜일까.

◇ 막힘없는 출세가도… 노동당 후보위원, 선전선동부 부부장 발탁

모란봉악단은 유엔 제재 대상인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이다. 체제 선전에 주력하는 만큼 대외적으로 공연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가 2015년 베이징 회군 사건이다. 중국에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배경으로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를 빼줄 것을 요청하자 공연 시작 불과 3시간을 앞두고 전면 철수했다. 따라서 삼지연관현악단 파견은 국내외의 우려와 거부감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데 효과적이라 할만하다.

현송월은 두 악단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두 가지 직책을 더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깜짝 발탁된데 이어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임명됐다는 후문이다. 230여명의 중앙당 고위 간부 가운데 한명으로, 노동당의 핵심 부서를 꿰차고 있는 셈. 공교롭게도 현송월의 전임이 김여정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이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현송월이 맡게 됐다. 북한 체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부서에 두 여성이 전면에 나섰다. <조선중앙TV/뉴시스>

이를 두고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체제 결속 전략으로 해석했다. 두 사람을 통해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장악한다는 얘기다.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들의 인사·조직·정책 등을 담당하고, 선전선동부는 당의 결정과 사상을 지도하고 전파한다. 북한 체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다. 남북 실무회담 자리에서 북한의 수석대표로 전면에 나선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권혁동도 현송월에게 ‘단장 동지’라며 존칭을 썼다.

하지만 현송월에 대한 신상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준마처녀’라는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가수 출신으로, 대좌(대령급) 신분에 오를 만큼 출세했다. 일각에선 그의 출세가 ‘김정은 애인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도리어 김정은의 아버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첩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여인으로 소문이 날 만큼 현송월의 인기는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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