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의회도서관도 문을 닫았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연방정부가 일시적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19일 자정(현지시각)으로 예정됐던 예산안 처리기한이 다가오자 하원은 정부폐쇄를 막기 위해 임시지출계획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은 의견대립을 해소하지 못하고 이를 50대 49로 부결시켰다. 필요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공무활동이 일지 중지되는 ‘셧다운’은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예산안이 원인이었던 2013년 10월 이후 4년 3개월여 만이다.

월요일인 22일은 셧다운이 개시된 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주말 동안 정계가 합의안을 통과시키길 기다렸던 시민들은 연방정부의 폐쇄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

◇ 이민법 대 국경보안, ‘강제 통과’는 어려워

CNN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당초 한국시각 22일 오후 3시에 진행할 예정이었던 임시예산안 표결을 11시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민법 개정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이상 이번에도 부결이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존 코닌 공화당 원내대표는 “오늘 투표해 부결되는 것보다 내일 투표해 가결되는 것이 낫다”는 긍정론을 펼쳤지만, 23일 새벽 2시(한국시각)에 진행될 표결에서 양당 상원의원들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불법 이민자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통칭 ‘다카(DACA)'의 존속과 일부 매파 의원들이 요구하는 국방예산의 증액,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강화예산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약 70만명의 다카 수혜자들에게 거주권을 제공하길 원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한 이민법 개정안과 국경장벽 건설예산을 함께 담은 초당적 협의안을 제안하면서 한때 극적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의 열기는 이후 빠르게 식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으며, 의회전문지 더 힐은 국경보안예산으로 200억달러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난색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중남미·아프리카 국가의 이민자들을 겨냥한 대통령의 ‘똥통’ 발언이 공개되면서 양당 합의는 물거품이 됐다.

한편 백악관은 정부폐쇄가 결정된 후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예산안 통과를 위해 표결 규칙을 바꿀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그저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불법이민자들이 우리 사회로 쏟아져 들어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비난하며 ‘핵 옵션’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옵션’은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 또는 소수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절차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상원의원의 수를 현행 60명 이상에서 단순 과반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현재 51명의 상원의원을 보유한 공화당은 민주당의 반대와 관계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치 맥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것은 이미 여러 공화당 의원들이 지난 1년 동안 반대해온 사항이다”며 ‘핵 옵션’의 사용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CNN은 “다수당의 리더들은 향후 자신들이 소수당이 됐을 때 떠안을 정치적 부담감을 고려해 이 옵션의 사용을 자제해왔다”고 설명했다.

◇ 정부폐쇄에도 잠잠한 주식시장… 면역력 갖췄나

정치·사회 이슈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데 반해 경제계는 비교적 조용하다. 정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셧다운 사태에도 금융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지난 1년간의 ‘정치적 돌발행동’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정부폐쇄에도 아랑곳 않고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 은행은 백악관의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의 분기기준 GDP성장률이 0.1%p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블룸버그는 1분기 경제성장률을 2.8%로 계산하며 정부폐쇄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표현했다.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중단이 주식시장에 특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LPL 파이낸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2년간 발생한 18번의 정부폐쇄기간 동안 S&P500지수의 등락은 평균적으로 0%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은 가장 최근에 연방정부가 폐쇄됐던 2013년 10월 당시 16일 동안 정부기능이 정지되고도 4%의 경제성장을 일궈낸 기억이 있다. 뉴욕라이프투자관리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폴 크리스텐은 이를 바탕으로 “주가가 하락한다면 오히려 매수할 기회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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