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EPL 최장수감독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4경기 12승 6무 6패 승점 42점 6위. 아스날의 현재까지 성적표다. 압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차는 23점에 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3점), 첼시(승점 50점) 등 2위권과의 격차도 10점 안팎에 이른다.

아스날의 마지막 EPL 우승은 2003-04시즌이다. 전설의 ‘무패우승’으로 남아있지만, 그 이후 너무나 오래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스날은 꾸준히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1995-96시즌부터 2015-16시즌까지 20년 동안 4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 사이 많은 선수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강팀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아스날의 위치는 늘 상위권이었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보도 지난 시즌 깨지고 말았다. 아스날은 승점 1점 차이로 리버풀에 밀려 5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19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기록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 시즌은 더하다. 물론 향후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여지는 충분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신통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선수단의 수준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고, 선수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팀의 핵심이었던 알렉시스 산체스가 맨유로 떠났다. 남아있던 계약 기간 등을 고려해 헨릭 미키타리안을 받아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EPL에서 드러난 산체스와 미키타리안의 영향력 차이는 컸다. 결과적으로 아스날은 전력이 약화된 것이다.

시오 월콧도 얼마 전 미련 없이 팀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좋은 활약을 펼쳐왔던 선수다. 때문에 그의 이적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아스날은 과거 세계적인 선수들의 집합소였고, 많은 유망주들이 선망하는 구단이었다. 데니스 베르캄프,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 프레드릭 융베리, 파트리크 비에라, 솔 캠벨, 안드레이 아르샤빈, 토마시 로시츠키, 세스크 파브레가스, 로빈 반 페르시 등 수많은 선수들이 이곳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전설을 썼다.

그런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스쿼드는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 물론 메수트 외질(그 역시 떠날 가능성이 상당하다) 같은 월드클래스를 품고 있고, 엑토르 베예린처럼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선수도 다수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베르캄프, 앙리, 비에라, 로시츠키 등 시대를 풍미한 대선수를 찾아보긴 어렵다.

특히 아스날과 아르센 벵거 감독이 자랑하던 유망주 육성도 최근엔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 영입전에서 밀려 차선택을 하는 모양새가 자주 연출되고 있다.

이는 아스날과 벵거 감독의 입지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망주들에게 아스날과 벵거 감독을 꼭 함께하고픈 구단이었지만 지금은 결코 1순위가 아니다. 오히려 아스날과 벵거 감독에게 불만을 안고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역시 팀의 상징이었던 파브레가스와 반 페르시도 ‘우승’을 원한다며 이적한 바 있다.

벵거 감독은 아스날에서만 22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 사이 숱한 영광도 맛봤고 쓰린 실패도 경험했다. 아스날이 세계적인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하고, 더 화려한 홈구장을 갖추고, 그러면서도 과도한 지출을 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어 그의 역할을 무척 컸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아스날에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시즌 5위, 그리고 올 시즌 성적이 그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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