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입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미국 LA의 태양광 발전단지. <뉴시스/신화>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 관세를 인상하는 세이프가드가 미국에서 발동된 것은 16년 만이다. 타깃이 된 품목은 두 가지,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이다.

이 중 태양광 제품에는 우선적으로 3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 관세는 수입 4년차까지 부과되며, 관세율은 매년 5%p씩 낮아져 마지막 해에는 15%가 적용된다. 단 태양광 전지 수입규모가 2.5기가와트 이하일 경우 관세가 면제된다.

◇ 무역장벽 세운 미국, ‘승자 없는 전쟁’ 시작되나

트럼프 행정부의 제1목표물은 물론 중국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태양광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 중국은 이제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54%를 보유하고 있으며, 트리나 솔라·진코 솔라·JA 솔라 등 공장설비 기준 세계 1~3위 기업이 모두 중국 국적 기업이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 또한 값싼 수입 태양광전지 때문에 생존이 어렵다는 미국 태양광업체 ‘서니바’의 청원(17년 4월 접수)에서 비롯됐다.

한국 또한 사태의 당사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80%를 수입에 의존했으며, 이 중 21%가 한국 제품이다. 세계 4위 규모의 태양광설비를 갖춘 한화큐셀 또한 한국 기업이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가전과 태양광 양면에서 한국에게 펀치를 날린 셈이다.

관세부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절대적인 거래량과 투자규모가 감소한다면 자국 산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태양에너지산업협회의 애비게일 로스 호퍼 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조치가 올해에만 2만3,000개의 태양광산업 일자리를 없애는 효과를 가질 것이며, 관련 투자도 수십억 달러 단위로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미국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용량은 2021년까지 6.7기가와트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호퍼 협회장은 태양광 제품 부품에 대한 최대관세율을 30%로 설정한 것에 대해 대해선 “백악관이 자제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ITC가 지난 10월 권고한 관세율이 35%였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공언한 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예상보다 낮은 관세율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소식이 발표된 후 미국의 대형 태양광 패널 제작업체인 ‘비빈트 솔라’와 ‘선런’의 주가는 각각 6.3%와 8.8% 상승했다.

세이프가드 조치 문서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AP>

◇ 규제 실효성에 의문… 정부는 “적극 대응할 것”

한편 이번 관세부과조치의 실질적 효력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의문 섞인 반응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우선 관세부과기간이 짧다. 현재 일부 중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월스트리트의 금융기업 버티컬그룹은 “해외 수출기업들이 단 4년 동안 15~30%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수출품의 실질적인 가격상승폭도 높지 않을 듯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관세부과조치가 미국 내 주택용 태양광 패널(태양광루프) 설치비용을 단 3%만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설치비용 중 태양광 패널 가격의 비중이 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뜻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세이프가드 부과 조치의 완화 및 철회를 요청하기 위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양자협의 개최를 요구했다고 24일 밝혔다. 산업부는 또한 WTO 협정에 따라 미국 측에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며, 합의에 실패할 경우 양허 정지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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