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다. 판매실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 등 각종 지표도 악화됐다. 이 같은 추락의 핵심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중국, 그리고 통상임금이다.

먼저,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자. 현대차는 지난해 총 450만6,527대를 판매해 2016년에 비해 6.4% 감소세를 나타냈다. 내수시장에서는 68만8,939대로 2016년(65만8,642대)에 비해 4.6% 증가했지만, 해외시장에서 381만7,588대에 그치고 말았다. 2016년 해외시장 실적은 415만6,900대였다.

판매대수는 줄었으나, 매출액은 소폭 상승했다. 96조3,761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93조6,490억원에 비해 2.9% 증가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2016년보다 11.9% 감소하며 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2012년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매출액은 오르고 영업이익은 떨어지는 기조 속에 영업이익률은 4%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기아차는 더 심각하다. 우선 총 판매실적이 270만7,717대에 그치며 2016년(301만8,093대) 대비 10.3%나 감소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매출액(53조5,357억원)은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6,622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6년 2조4,615억원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1.24%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매출액만 소폭 증가했을 뿐 나머지 지표는 악화됐다.

◇ 바닥 찍은 영입이익률… 미래 선점이 살길

어느 정도 예견됐던 판매 감소지만, 중국발 악재의 여파가 너무 컸다. 현대·기아차 모두 중국 부분을 제외하면 총 판매실적이 2016년 대비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사드보복이란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중국 시장 공략 강화에 성공했다면 총 판매량은 증가세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판매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상승한 것은 제네시스, 스팅어 등 ‘고부가 전략’의 효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은 영업이익 감소를 불러왔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통상임금 패소에 따라 1조원을 손실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더욱 크게 감소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판매실적 및 경영지표 악화를 부른 두 가지 핵심요인 모두 올해 나아질 전망이란 점이다. 한중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고,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비용 반영은 일회성이다.

그렇다고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내수시장에서의 입지는 점점 더 흔들리고 있고,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확고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노조와의 힘겨루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이로 인해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큰 폭의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 정도가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다.

현대·기아차가 다시금 성장세를 되찾는 방법은 친환경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에 오랜 기간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이를 통해 친환경 시대를 선점한다면 다시금 과거의 거침없는 성장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환경자동차 시대로 전환되기까지 당분간은 쉽지 않은 시간이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SUV라인업을 적극 강화하고 전략 신차 투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 개척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며 “친환경,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와 같은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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