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지방선거 선거구제 개편 등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기초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는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유력 정치인이나 차기 대권주자들까지 후보로 오르내리는 광역단체장 선거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의회 및 단체장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각 정당들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누리는 안정감은 지방자치제도의 시작과 맥락을 같이한다.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창당과 소멸의 반복이 거의 없어지고 현재의 양당제가 고착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기초자치단체장에 이어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시작된 4회(2006년) 지방선거부터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굳어졌다.

◇ 광역의원·기초의원 양당 싹쓸이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구체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기초자치단체장만 선거로 뽑았던 3회 지방선거까지는 무소속 단체장의 비율이 높았지만, 횟수가 거듭되면서 거대정당 소속 단체장들이 많아졌다. 4회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230개의 기초단체장 중 155개를 쓸어 담은 것을 시작으로, 전체 75% 이상을 거대양당이 가져가기 시작했다. 양당제가 고착됐던 5회 6회 지방선거에서는 더욱 두드러져 90% 가까이를 현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출마자들이 가져갔다.

기초의원 선거는 정당의존도가 더 컸는데, 한국당은 한 차례도 기초의원 선거에서 전체 1등을 내어준 적이 없을 정도로 독주했다. 2,500여 석의 기초의원 가운데 4회 1,401석, 5회 1,087석, 6회 1,206석을 가져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도 새누리당이 버틸 수 있었던 데는 기초의원 등 이처럼 단단한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초의원 2인 선거구제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이재명 성남시장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유턴한 한 의원은 사석에서 “지역 광역의원들과 기초의원들의 복당요구가 많았다”며 “지역 풀뿌리 조직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앙정계는 상황에 따라 합종연횡도 벌어지고 힘 있는 3당이 출현할 수 있지만, 기초의원과 같은 풀뿌리 조직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한 때 부는 바람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당의 지역조직 구조를 보면, 중앙당과 광역시도당이 있고 그 안에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당협 혹은 지역위원회가 나눠진다.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공천에는 각 당협 및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불며, 현역 국회의원 신분일 경우 영향력은 더 커진다. 다만 당협 및 지역위원장이 되거나 나아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지역 풀뿌리 조직의 지원이 절실하기에 일방적인 갑을 관계 보다는 ‘공생관계’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관리에 있어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의 역할이 그 핵심에 있다.

◇ 지방선거 선거구 조정 못하면 3당 존속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추세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역당원과 여론조사에 의해 공천을 결정하는 방법이 일반화 됐고, 지방자치분권 개헌이 이뤄질 경우 지역조직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초의원 등이 국회의원으로 가는 정치인 코스로 될 가능성도 크다. 100% 상향식 공천을 주장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청년 등 신인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지적에 “기초의원부터 하는 게 맞다”고 답했었다.

따라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이 추진하는 중도개혁정당의 성공 및 존속 여부는 이번 지방선거와 밀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신당의 경우 수천명에 달하는 기초의원 전체를 공천할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유승민 대표도 기초의원 공천에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소한 기초단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정치권에서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선거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행법상 선거구별로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2인을 뽑는 형태로 선거구획정이 이뤄지고 있어 거대양당의 나눠먹기가 용이한 형태라는 점이다. 정의당은 물론이고 지역별로 이 같은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고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도 2인 선거구제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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