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각각 글로벌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대변한 인물로 뽑힌다. 사진은 이번 다보스 포럼 중 진행된 CNBC 인터뷰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2018 다보스 포럼이 회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 소셜 네트워크와 가상화폐, 평창 동계올림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가운데 국제 금융계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가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작년 다보스 포럼을 자신에 대한 우려와 해석의 장으로 만들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은 올해도 다양한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 경기 회복세에도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무시 못해

2018년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째를 맞는 해다. 포럼 개회 첫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2018년 세계경제성장률을 작년 예상보다 0.2%p 상향조정하는 등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경제에 대한 믿음이 엿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았다.

바클레이즈와 M&G인베스트먼트, 시티그룹 등 대형금융회사들을 대표해 다보스를 찾은 금융인들은 금융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드러냈다. 10년 동안 지속된 초저금리 시대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이제 막 대차대조표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대한 불신이 바탕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비롯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한편 IMF는 다시 한 번 중국발(發)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업들의 반복적인 신용대출로 인해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부채 버블’이 문제였다. IMF는 중국이 현재의 대출기조를 유지할 경우 2022년이면 GDP 대비 신용 비율이 290%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 또한 “부채 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경제구조는 금융위기의 특성들을 상당히 공유하고 있다”며 의견을 같이했다. 단기자금 중심의 대출구조를 개편하고 기업자금의 투명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권고였다.

한편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류허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은 “3년 안에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 회의장 달군 ‘트럼프 이슈’… 폐회식 연설에 주목

회의장에 도착해 인사하는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AP>

대통령과 함께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수요일 “약한 달러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국 통화가치가 낮게 책정돼야 무역을 활성화하기 편하다는 뜻이다. 지극히 ‘미국 우선주의’적인 이 발언은 유럽 금융인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경쟁적 통화평가절하를 자제하기로 약속한 G20 합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의 약한 달러 선호발언을 비판한 인사들에는 자국 대통령인 트럼프도 포함됐다. 다만 반박의 논지는 다소 달랐다. 포럼 참석 중 진행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는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질 것이며, 나도 그것을 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화폐가치가 그 국가의 부강함을 나타내는 이상, ‘강한 미국’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달러’를 고깝게 여길 이유는 많지 않다.

자신의 재무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곧 자신의 과거 행적도 뒤집고 나섰다. 작년 1월 자신이 탈퇴를 선언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재가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이 빠져나간 후 남겨진 11개국은 현재 ‘포괄적, 점진적 TPP’라는 이름의 새 협상을 빠르게 진전시키는 중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태껏 파리기후변화협약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다른 국제조약에 대해서도 같은 언급을 했던 역사가 있으며, 이 중 재가입이 실제로 이뤄진 조약은 아직까지 없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상당히 개선된 조건 하에서만’이라는 재가입 조건도 실현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협정에서 미국의 편의만을 봐주기 위해 조약을 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보스 포럼과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발언들 중 가장 파격적인 것은 단연 ‘글로벌리스트 트럼프 가설’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으며, 지금도 대통령에게 비공식적으로 조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알려진 앤써니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은 25일(현지시각) “대통령은 자신을 미국의 이익만 대변하는 사람으로 보는 근거 없는 시선들을 깨부수길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글로벌리스트’라고 칭했다.

이 발언이 공개되면서 다보스 포럼 폐회식(26일)에서 연설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글로벌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줄지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얼마나 위대한지, 위대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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