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인천공항 보안구역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00명이 넘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용변기는 단 1개. 끼니는 좁은 탈의실에서 때워야 한다. 노조는 하청의 하청을 놓는 다단계 구조가 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 분노한 네티즌들 “내 식구가 저렇게 일한다면...”

26일 인천공항 보안구역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1개의 용변기를 이용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노컷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매체에 따르면 이곳 소속 청소노동자 380여명 중 150명 가량의 여성 노동자들은 1칸의 화장실을 사용한다.

250명 정도의 남성노동자도 용변기 2개, 소변기 6개를 사용하고 있다. 너무 급한 나머지 청소 중인 비행기 화장실을 이용하다 적발되면 난리가 난다는 게 청소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휴게실 또한 열악하기 그지없다. 애초에 탈의실인 휴게실은 자연스럽게 끼니를 때우는 장소가 됐다. 청소노동자들이 캐비닛 사이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네티즌들은 “이게 지금 2018년 한국 이야기냐?”, “제발 ‘내 식구가 일한다면?’하는 생각으로 살자”, “세계 1위 국제공항 청소노동자의 현실이라니 분노가 치민다”, “사진만 보면 어디 인민 공화국인줄”, “제발 직접고용하자. 간접고용은 사라져야 한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항공사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최근엔 비행기 내부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시간에 쫓기며 일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인 청소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노조는 다단계식 고용구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 사각지대로 몰아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자회사이고 하청의 하청이라고 해도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하청업체가 결정할 수 있겠냐”라며 “그럼에도 하청업체 소속이라며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00여명이 일하는 공간에 화장실을 저렇게 만든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혹한기에도 비정규직은 바람 피할 곳도 없다”며 “다만 화장실 문제만큼은 이번 기회에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에는 다양한 직군들의 노동자들이 있지만, 본사 직원과 조종사 및 정비사, 승무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이다. 통상 활주로 업주, 수하물 및 화물 업무, 항공사 청소, 항공기 청소, 급유 등의 지상조업을 자회사에게 도급을 주는데, 자회사가 다시 하청업체에게 일을 맡기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정찬무 조직국장은 “탑승객의 티켓을 받고 안내를 해주는 분들도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다 하청업체 소속”이라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조 측은 앞으로 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또한 정치권 등에도 제도 개선 등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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