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시사위크] 2018년 1월 22일, 유럽의 문화와 아시아 대륙의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 첫발을 내딛었다. 영하 20도의 추위가 살 속을 파고드는 날씨 속에서, 난생 처음 얼어붙은 바다를 자동차로 건너는 경험을 하며, “여기가 극동러시아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을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는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과 대륙을 가르는 시베리아횡단열차로 알려진 도시다. 지금은 컨테이너가 가득한 무역항이지만 관문을 연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과거, 블라디보스토크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을 거치며 군사요새로 자리매김했었다. 그러한 이유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출입을 통제했고, 1992년에 이르러서야 외국인에게 개방했다. 

금지된 땅이었던 블라디보스토크가 2012년 APEC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국제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몰려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일본, 북한의 진출이 두드러져 보인다. 거리를 누비는 자동차의 90% 이상이 일본차고, 중국은 주요 생필품의 다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북한은 인력을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에 밀려났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대한항공, 오뚜기, LG전자, 삼성전자 등 10여개에 불과하다. 초라한 성적표다. 

블라디보스톡 항구의 모습 <우원조>

지난날, 극동러시아 시장 개척에 관심이 많았던 故정주영 회장은. 이곳에 한국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현대호텔을 지었다. 사업 본능에서 나온 선견지명의 결단이었으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한국기업들의 발길은 드물다. 심지어 현대호텔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2016년 1월 1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자유항으로 지정하는 특별법’이 본격 시행됨으로써,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첫 번째 특별경제구역이 됐다. 러시아 정부는 투자자들에게 관세면제, 세금할인, 입국심사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특별법을 시행함으로써 이곳을 세계적인 자유무역지대로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이제, 우리도 유라시아를 잇는 북방정책의 기점을 더 이상 하산․훈춘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땅인 블라디보스토크로 돌려볼 때다. 대한민국이 중국만 쳐다보고 있는 동안, 광활한 ‘극동의 중심’, ‘극동의 수도’인 블라디보스토크가 꿈틀대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우원조>

1600년 전 광개토대왕은 연해주를 포함한 만주 일대를 지나 몽골 어귀까지 진출했다. 이것은 일본 열도의 육지 부분 약 37만 ㎢보다, 남북을 합친 한반도의 22만 ㎢보다 넓다. 당시, 태왕이 널리 열어간 땅은 그저 논밭 같은 토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질서이고 문명이며 또한 역사였다.

H. 넬슨은 말했다. “시도하지 않는 곳에 성공이 있었던 예는 결코 없다”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이며 두려움 없는 도전이다.

광개토대왕의 후손인 우리 민족의 몸속에는 들끓는 피와 ‘대륙의 DNA’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 눈을 돌려 더 많은 기회를 보자. 기회의 땅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지나가는 철길을 통해, 대륙으로, 미래로 달려가는 꿈을 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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