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 성격을 띤 유영하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유영하 변호사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최순실 씨는 믿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심스러웠다. 유영하 변호사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일각에선 유영하 변호사가 먼저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선고를 앞둔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는 얘기다. 최씨의 선고 공판은 내달 13일 예정돼 있다.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유영하 변호사의 인터뷰가 재판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

◇ 유영하 인터뷰에 ‘발끈’… “박근혜 진의 잘못 전달”

사실상 부인이다. 최순실 씨는 유영하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속인 게 아니라는 것.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을 알리지 않아 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에선 ‘왜 얘기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계없는 일에 이야기할 필요를 못 느꼈다”는 게 이경재 변호사의 설명이다. 딸 정유라 씨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도 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정씨와 당시 교제하던 신주평 씨를 ‘군대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는 유영하 변호사의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

이에 따라 양측의 공방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영하 변호사는 문제가 된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리 승낙을 받았다”며 발언에 신빙성을 더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내가 속은 것 같다. 내가 참 많은 걸 몰랐다. 최순실이 다소곳했고 심부름도 잘했기 때문에 앞뒤 행동이 완전히 달랐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고 말한 사실을 밝혔다. 이와 함께 유영하 변호사는 “이제라도 최씨는 자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속였다는 걸 털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격일까. 최순실 씨는 유영하 변호사의 인터뷰에 의문을 가졌다. “인터뷰 상당 부분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의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씨를 매도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득이 될 것이 뭐가 있냐”고 토로하며 “유영하 변호사가 바둑으로 따지면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국정농단 의혹사건이 단지 최씨에게 속아 벌어졌다고 보는 것은 극히 단세포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유영하 변호사의 인텨뷰 내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속았으니 이실직고하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면서 “두 사람을 갈라서서 싸우게 하는 꼴인데 이는 검찰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최순실 씨는 유영하 변호사의 인터뷰에 발끈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이경재 변호사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점을 반성”하고 있다. 실제 최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싸왔다. 40년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비리 의혹에) 연루될까봐 동생에게 접근을 안 할 만큼 사심이 없다”는데 장담했고, 자신의 과욕과 열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잘못한 일을 한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검찰의 25년 구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는 최순실 씨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구형이 떨어지자 “옥사하라는 얘기”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는 심장질환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비참하다”고 느낄 만큼 구치소 생활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1956년생인 최씨는 검찰의 구형대로 25년 선고를 받을 경우 그의 나이 만 85세에 출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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