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29일 정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에서 1,190곳 가운데 80%인 946곳에서 4,788건이 적발됐다.

기관별로 보면 공공기관이 257곳, 지방공공기관은 489곳, 기타 공직유관단체는 200곳이었다. 정부는 이 가운데 부정청탁이나 지시,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109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255건은 징계를 요구했다.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서울대병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정부법무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식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국립중앙의료원 ▲근로복지공단 ▲항공안전기술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이다.

이들 기관에서는 고위인사가 면접 과정에 개입해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안전기술원에서는 고위인사가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석해 지인을 채용한 사례가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고위인사의 지시로 특정인의 단독 면접을 진행해 채용했다. 세종학당재단,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한국벤처투자, 한국장애인개발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도 고위인사가 면접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꼼수도 발견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고위 관계자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나서 면접에서 최고점을 준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한식진흥원에서는 경력도 없이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고위인사 자녀의 특별채용이 이뤄졌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개선책도 내놨다. 우선 비리 연루자는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퇴출하는 것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비리에 연루된 기관장이나 임원은 법 개정을 통해 직무정지 및 명단을 공개키로 했다.

또 채용비리 관련 징계 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부정합격자는 앞으로 5년 간 공공기관 채용시험을 제한한다. 부정채용을 청탁한 사람은 명단공개를 검토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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