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평창 동계올림픽 식당 급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조직운영위원회에 소속된 운영 스태프들에 제공되는 급식이 가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부실한 식단으로 뒷말이 일었던 평창동계올림픽 현지 급식 문제가 결국 청와대로 향했다. 음식이 품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 핵심으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평창올림픽 조직운영위원회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와 급식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유명 대기업 단체급식 계열사들은 “메뉴와 가격 등은 조직위가 결정한 사안”이라는 설명이지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은 분위기다.

◇ 스크램블 에그에 베이컨 3장… 1만1,300원 

‘평창올림픽 직원들의 쓰레기같은 식단!! 개선이 시급합니다!(25일)’, ‘교도소밥도 이보단 낫겠다(26일)’ ‘이게 밥이냐 니들이나 xxxx(26일)’ ‘2018평창동계올림픽 형편없는 식단, 각 업체들이 징계하라(26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평창 동계올림픽 식당 급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조직운영위원회에 소속된 운영 스태프들에 제공되는 급식이 가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핵심으로, 식당 운영을 맡은 음식공급(케이터링) 업체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앞서 SNS와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이슈가 됐다. 현지에서 제공되는 급식의 사진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공개된 사진에는 일회용 그릇에 담긴 식빵 2조각,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3조각, 그리고 오렌지주스가 쟁반에 놓인 모습이다. 온라인커뮤니티에 사진을 공개한 네티즌은 “평창 동계올림픽 국제방송센터인 IBC센터 내 위치한 식당에서 실제 판매 중인 음식 사진”이라며 “이 음식이 무려 1만1,300원”이라고 지적했다. IBC센터는 원활한 올림픽 중계를 위한 건물로 60여개 방송국에서 1만여명의 방송 관계자들이 입주해 평창올림픽 영상을 전 세계로 송출할 예정이다. 이곳 급식을 담당하는 업체는 신세계푸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사진에는 일회용 그릇에 담긴 식빵 2조각,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3조각, 그리고 오렌지주스가 쟁반에 놓인 모습이다. 온라인커뮤니티에 사진을 공개한 네티즌은 “평창 동계올림픽 국제방송센터인 IBC센터 내 위치한 식당에서 실제 판매 중인 음식 사진”이라며 “이 음식이 무려 1만1,300원”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일회용접시에 밥과 생선, 김치, 완자, 콩나물김치국이 차려진 사진을 공개한 네티즌은 “음식이 비싼데도 너무 부실하다”는 내용의 글을 덧붙였다.

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사진에는 식빵 몇 조각과 메추리알 곤약장조림, 양배추 샐러드와 미역국이 일회용 식기에 담긴 모습이다. 이 청원인은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경기장 조성 분야에서 국내기술계약직(NTO)로 일하고 있는 지인의 SNS를 관련 사진으로 첨부했다.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직원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는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ECMD다.

청원인은 “영하 20도가 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누구나 다 아는 모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식사이고 책정 금액이 8000~1만3,000원인데 중간에 뭐가 잘못 되었는지 뒷자릿수 하나가 빠진 듯한 쓰레기 같은 식단이 제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평창교도소’에서 일한다는 말이 돌 정도다. 나랏일을 하는 친구들이 군대만도 못한 처우를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지금 당장 직원 식단 변경을 요청드린다”고도 적었다.

◇ 케이터링 업체들 “부실급식? 사실과 다르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 식당 운영을 맡은 음식공급(케이터링) 업체는 신세계푸드, 풀무원, 현대그린푸드 등이다. 신세계푸드는 평창선수촌, 국제방송센터(IBC) 등에서 선수단, 대회 운영인력, 관중을 위한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그린푸드는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선수촌과 미디어촌에서,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ECMD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보광휘닉스파크에 급식을 제공한다.

이들 업체는 부실급식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일단 급식가격에 대한 부분은 “평창 조직위와 IOC 결정에 따른 것으로, 급식 내용이 ‘부실하다’는 주장도 일방적”이란 설명이다.

신세계푸드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급식 가격과 메뉴 선정은 조직위와 IOC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급식량도 그램수에 맞춰 배식되는 것으로, 다른 올림픽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양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가 담당하고 있는 급식처는 카페테리아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매자가 원하는 음식을 담으면 식빵 한쪽에 1,500원, 콘플레이크 시리얼 2,000원 등과 같이 본인이 선택한만큼 가격을 지불하는 식이다.

평창 현지에서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은 "급식 가격이나 메뉴는 조직위에서 정한대로 따른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신세계푸드는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일부 메뉴(품목)의 가격을 최대 50% 가까이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다만 신세계푸드는 급식 질에 대한 지적을 고려해 50개 품목 중 20여개 품목에 대해 가격을 최대 50%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기존 제공하던 토스트의 양은 2배, 커피는 무상제공, 빵이나 샐려드류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최대 50% 인하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조직위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풀무원ECMD 측은 “외부에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청와대 청원을 통해 공개된 사진의 경우, 해당일 메뉴로 쌀밥, 황태미역국, 만두튀김, 꽃맛살무침, 메추리알곤약조림, 김치, 그린믹스샐러드, 딸기우유, 모닝롤과 딸기쨈 등 조직위의 확인을 받은 1식 5찬이 모두 제공됐으나 사진을 올린 직원은 그 중 일부 메뉴만 선택한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현장에서 조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갑작스런 혹한의 날씨 탓에 수도가 어는 등 문제가 생겨 급식에 일부 차질이 생겼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급식의 ‘부실’ 기준은 개인적 차가 있을 수 있다. 사진을 통해 보여진 모습만으로 ‘부실’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한국의 맛’을 알리는 홍보 최전선에 서 있다. 평창 현지에서 먹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이 최근의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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