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상처치료제 ‘후시딘’과 소화제 ‘까스활명수’ 등의 대표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동화약품이 신임 대표로 유광열(60) 지오영 사장을 내정했다. 지난해 12월 휴젤로 자리를 옮긴 손지훈 전 대표의 후임을 맡은 유 대표는 오는 2월 1일 정식 임명된다.

유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화이자에서 컨슈머헬스케어 부문 대표를 맡아 일반의약품 사업을 총괄했다. 화이자제약의 진통제 ‘애드빌’의 국내 도입을 주도한 유 대표는 이후 다국적 의약품 유통업체 DKSH코리아 대표,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 영업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유 대표의 동화약품 사장 내정설은 이달 초부터 나돌았다. 지난 18일 한 매체는 ‘동화약품 신임 사장에 유광열 지오영 영업총괄 사장 내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업계 소식통의 말을 빌려 “유 사장이 현재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에서 퇴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 사장이) 오는 2월 설 명절 전후로 동화약품 사장에 취임할 예정이며, 3월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다”고 전했다.

<시사위크>는 사실 확인을 위해 이날 오전 동화약품 측에 연락을 취했다. 동화약품은 “오보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올렸다”면서 “곧 기사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차 질문을 이어가려던 기자에게 사측은 “현재 조치 중에 있으니 잠시 뒤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오후가 돼서도 기사는 내려가지 않았고, 동화약품 측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오후 1시 40분경 다시 연락을 취하자 동화약품 측은 “확인을 안 하고 쓴 기사다. 오후 중으로 기사가 내려갈 것”이라는 오전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사측의 애매한 답변에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사 문제는 민감한 사안인데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다. 이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아서 오보라는 것인지, 유 사장 내정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지 재차 질문했지만 “오보라는데 자꾸 물어보는 이유가 뭐냐. 기사 내려갈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냐. 이게 기사가 될 내용이냐”는 다소 거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기사’라고 지적하던 사측이 사실 확인을 하는 기자에게 “왜 자꾸 물어보냐”고 따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일 오전 7시에 올라간 ‘오보 기사’는 오후 4시가 돼서야 삭제됐다. 본지는 해당 기사가 ‘오보’라는 사측의 입장을 보도하진 않았다. 애초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면 사측의 말대로 굳이 ‘기사화 될 내용’도, 몇 시간 동안 사측의 연락을 기다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10여일 만에 유 사장이 동화약품 새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사측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일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유 사장의 내정은 해당 기사가 보도되기 전부터 ‘내정설’ 등으로 몇몇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8일 한 매체는 “동화약품 새 대표는 국내 유력 의약품 유통업체 영업총괄 사장을 맡은 Y씨가 유력하다”면서 “Y씨는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반의약품과 약국 영업을 담당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동화약품의 Y씨 대표 내정은 일반약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이틀 뒤인 10일 또 다른 매체도 “동화약품은 최근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반의약품 마케팅을 담당한 임원급 출신의 새 대표이사를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새 CEO는 2월 중 공식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론 8일과 10일 보도된 내용의 내정자는 모두 유광열 당시 지오영 사장이었다.

유 대표의 선임과 함께 새해를 시작한 동화약품은 기존 강점 분야인 일반약사업의 역량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극비에 부쳤던 새 대표의 선임 과정은 사측의 바람과 달리 은밀하지도, 매끄럽지도, 새롭지도 않은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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