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GS25를 통해 독점판매한 ‘밀크캬라멜우유’는 일본 제과업체이자 전범기업인 ‘모리나가’의 브랜드다. 최근 공식발표 없이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를 향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적지 않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GS리테일(대표 허연수)이 일본 전범기업(전쟁범죄에 가담한 기업)의 제품을 판매해오다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지만,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특히 GS의 경우 ‘독립운동가 후손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행위에 대한 공분이 크다.

◇ 위안부콘돔에 전범기업 제품 판매… 이익 위해 국민정서 외면 

논란의 중심에 선 제품은 일본 모리나가제과의 ‘밀크캬라멜우유’다. 상품 로고와 포장이 일본어로 표기돼 있어 일본 수입제품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남양유업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는 제품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이를 납품받아 독점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밀크캬라멜우유’을 만드는 일본 제과업체 ‘모리나가’가 전범기업(전쟁 범죄자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2년 정부가 발표한 299개 전범기업 목록에 등재돼 있다. 이 회사는 태평양전쟁(1941~1945년) 당시 일본군에게 전투식량을 대량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극우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오 여사의 외가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전범기업들은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군납물품 제조 등을 위해 조선을 포함한 식민지 국민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력을 착취해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일본과 전범기업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은커녕 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GS25를 향한 비난은 뜨거워졌다. 가뜩이나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등을 둘러싸고 반일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범기업 제품을 독점판매해 이익을 챙긴다는 데 공분이 커졌다. GS25는 지난 2014년에도 모리나가제과의 ‘치즈스틱 아이스크림’ ‘밀크카라멜 아이스크림’을 판매했다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전범기업의 제품임을 알고도 또 다시 독점판매에 나섰다는 점에서 GS25를 향한 시선을 싸늘하다.

한 네티즌은 “우리 국민들은 일본 전범기업들이 우리 선조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피해자가 가해자의 제품을 적극 팔아주는 것은 결국 돈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그들의 논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GS25가 ‘모리나가 밀크캬라멜우유’의 판매를 소리소문없이 중단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독립운동 후손 기업’ GS리테일 부끄러운 민낯

GS리테일.

이른바 ‘위안부 콘돔’으로 불리는 ‘오카모토 콘돔’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구설을 낳고 있다. 오카모토는 태평양전쟁 때 콘돔을 공급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일본군 위안소에 콘돔을 독점공급하며 비인도적 만행을 저지르는 데 앞장섰다. ‘오카모토 콘돔’이 ‘위안부 콘돔’으로 불리는 이유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오카모토 제품의 퇴출 운동을 펼쳤지만 소매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 업계는 이를 외면해왔다. 오카모토 콘돔은 국내 빅3 편의점에서 판매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GS그룹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다. GS그룹의 창업주인 효주(曉州) 허만정과, 그의 아버지 허준 선생은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백산상회’의 자본금을 댔다. 특히 GS 창업주 허만정은 당시 일본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백산상회를 일반 사기업으로 위장하고,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조직에 군자금 등을 댄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에서 당시 독립운동 자금의 60%가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그는 고향인 진주에 진주여고등 고등교육 시설을 확충하는데도 힘썼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GS가 3세인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의 체면도 적잖이 구겨지게 됐다. 독립운동에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독립운동가 후손 기업이 일본 전범기업의 제품의 판매하고 있는 셈이 돼서다.

허연수 대표는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허만정 창업주의 손자다. 2015년 12월 GS리테일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허연수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GS리테일은 주력사업인 편의점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익을 이유로 국민정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허연수 대표의 입장도 적잖이 난처해졌다.

한편 GS리테일 관계자는 30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당 제품(모리나가 밀크캬라멜우유)은 1월초께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판매가 중단된 배경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남양유업과 합의 하에 판매가 중단됐으며, 그런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회사 측은 “오카모토 콘돔에 대해서도 판매중단을 검토중”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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