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5위권대의 대형건설사 대우건설 인수전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연기로 인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업계가 연초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둘러싼 갑론을박과 국내외 수주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서, 굵직굵직한 M&A까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평 5위권 대 대형건설사에서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한 중견건설사까지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건설업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 산업은행, 대우건설 매각 ‘산 넘어 산’

M&A에 관한 업계 최대 화젯거리는 단연 대우건설이다. 당초 지난해 매듭지어졌어야 할 논의들이 해를 넘어서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는 여정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체급 차이를 보이는 호반건설의 본입찰 단독 참여와 이를 향한 내부의 불만, 정치권의 느닷없는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화제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26일 전해진 갑작스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연기 소식은 업계 전체를 당혹케 했다. 이날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호반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연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결정을 유예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종 입찰제안서에 대한 매각자문사의 평가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호반건설의 흡수합병을 꺼리는 불만의 목소리가 산은과 매각주간사의 최종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호반건설을 제외한 국내외 업체 어느 곳도 대우건설의 인수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 상황에서, 또 다른 매입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당시에도 자금난에 빠진 금호아시아나를 대신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우건설을 사들인(지분 50.75%) 경험이 있는 산업은행이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매각 절차를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없던 일’로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헐값 매각’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이 본전(3조2,000억)을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국내 M&A시장을 주도해온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대우건설의 주가가 복지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2조 이상을 배팅할 매수희망자는 없을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었다.

그런 면에서 호반건설의 희망가격으로 알려진 1조6,000억원을 헐값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 해외절차 삼환기업… 새 주인 찾기 ‘9부 능선’

중견건설사 삼환기업 매각 작업도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삼환기업의 새 주인에는 최근 마무리된 예비 인수자 선정에 낙점된 SM그룹(삼라마이다스)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은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추진된 것이라 SM그룹이 확실시 된 건 아니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인수자를 미리 정하고 M&A 계약을 체결한 뒤, 다시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하는 방식이라 향후 최종 인수자가 변경될 수 있다.

과거 해외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해온 삼환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을 맞으면서 사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주력사업인 공공 토목사업 발주량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가 맞물려 어려움을 겪다 2012년 첫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으로 6개월 만에 조기 졸업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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