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결혼한 이후 숱한 소문에 휘말렸지만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9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지만 EG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및 무고혐의로 징역형을 산 것과 관련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때 저를 얼마나 믿었어요?”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물었다. 그래서 “반반”이라고 답했다. 당시 그의 말을 100% 믿은 사람이 있었을까. 신동욱 총재도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데 섭섭함이 묻어있었다. 그땐 그랬다.

신동욱 총재가 말한 ‘그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지만 EG회장으로부터 명예훼손과 무고혐의로 고소를 당했을 때다. 벌써 9년 전 일이다. 세상은 그를 손가락질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14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 뒤, 사기꾼으로 의심을 샀다. 오죽하면 처형이 제부를, 처남이 매형을 고소하겠느냐는 뒷말이 나왔다. 일반화의 오류다.

현재 신동욱 총재의 주장은 일부 사실과 근접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에 대한 청부살인 시도가 있었다는 점과 그 배후에 박지만 회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동욱 총재는 2009년 5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육영재단 소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박지만 회장이 자신을 납치 살해하려 했다고 적었다. 이 일로 신동욱 총재는 징역 1년6개월을 살았다. 이후 ‘입’을 닫았던 그다.

이른바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살해된 박용철 씨가 바로 신동욱 총재에 대한 살해 지시를 받았던 사람이었던 것. 실제 박용철 씨는 법정에서 신동욱 총재의 명예훼손 혐의에 무죄를 주장했다.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인 정용회 씨가 “회장님의 뜻”이라며 살해를 지시한 내용의 녹취록을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증인 출석 약 20일을 앞두고 사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박용수 씨도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용철·박용수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다. 유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새 정권이 출범했다. 2017년 9월 박용철 씨의 유족이 “진범은 따로 있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신동욱 총재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세상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신동욱 총재는 “여기까지 오는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신동욱 총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용회 씨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회 씨는 사건 발생 전 경호업체 모 대표에게 박용철 씨에 대한 살인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정용회 씨와 최순실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는 가까운 사이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친척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신동욱 총재는 “돌이켜보니 박지만 회장의 사주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은 정용희 씨의 소재를 파악 중에 있다.

반대로 기자가 물었다. 만약 정용회 씨의 진술로 무죄를 증명할 수 있다면 재심을 신청하겠느냐는 질문이다. 신동욱 총재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가족이 얽혀있다는 데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한 잔을 걸친 터라 좀 더 속깊은 얘기도 털어놨다. 신동욱 총재는 “사람들은 내가 돈을 바라고 결혼한 줄 아는데, 전혀 아니다. 우리 부부는 빚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동욱 총재는 억울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과 결혼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딱 그만큼 낮은 자세로 살아왔다. 최근 박근령 전 이사장이 전립선 치료제 수출 회사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반대했던 그다. 신동욱 총재는 “만류하고 싶었지만 생계를 걱정하는 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신 사업 전면에 나서는 게 아니라 사외이사로 선을 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정희 일가’로서 “빌미를 잡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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