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곤 신임 강원랜드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혁신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강조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발표로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의 시발점 역할을 한 강원랜드에 여전히 ‘부정 입사자’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랜드는 검찰 수사 및 정부 지침 발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적폐 청산’을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는 싸늘한 시선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9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합동조사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적폐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드러났다. 공정한 경쟁대신 사사로운 특혜나 비리가 채용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를 촉발시킨 것은 지난해 드러난 강원랜드의 대규모 채용비리였다. 강원랜드는 2012~2013년 입사한 518명 중 100%에 육박하는 이들이 채용과정에 부적절한 과정 및 배경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정치권 인사도 일부 연루됐고, 현재도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지난해 구속됐다. 검찰은 최흥집 사장 등을 기소하면서 이들과 연루된 ‘부정 입사자’ 270여명을 분류했다. 그런데 이들 중 대다수인 200여명이 여전히 강원랜드에서 급여를 받으며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합동조사 결과와 함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태곤 신임 강원랜드 사장에 대한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취임한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언론 보도를 통해 대규모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뒤 내부 감사를 거쳐 해당 사안을 검찰에 넘긴 바 있다. 내부적인 징계 등의 조치는 인사담당 책임자들에 대해서만 취해졌다. 이후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조사가 끝나고 지침이 내려지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또한 최근에도 정치권 인사가 소환 조사를 받는 등 검찰의 수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강원랜드 입장이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행보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강원랜드는 채용비리 사건이 가장 먼저 드러났을 뿐 아니라 규모가 가장 컸다. 또한 사건 초기 검찰의 소극적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른 기관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나 문제 해결 요구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태곤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내부의 혁신을 거듭해 바닥으로 떨어진 강원랜드의 위상을 다시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의 강원랜드 상황에서 혁신의 출발점은 잘못된 과거의 청산이다. 부정한 방식으로 입사한 이들에 대해 최대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태곤 사장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문태곤 사장은 조직 시스템 차원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자문단을 위촉했다”며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신속히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