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앞서 성추행 폭로 관련 서지현 검사를 응원한다며 흰 장미를 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섰다. 손에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든 채였다. 우 원내대표는 “하얀 장미를 들고 왔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어렵게 용기를 내 진실을 밝힌 서지현 검사를 응원합니다. 차별과 불의에 맞서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하겠습니다”

미리 배포된 사전 원고에는 없던 말이었다. ‘하얀 장미’는 평화와 저항의 상징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 캠페인인 ‘미투’(MeToo) 운동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새해 첫 임시국회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하얀 장미와 함께 연설을 했다는 점에서 그 울림은 컸다. 민주당 쪽 의석에서는 작은 박수 소리도 새어나왔다.

중간 중간 삽입된 파워포인트(PPT)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과도 ‘오버랩’됐다. 우 원내대표는 연설 도중 연설문 내용과 맞는 이미지와 문구를 띄웠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개월여가 지났다”는 내용에서는 수십 개의 촛불이 켜진 이미지를, 헌법 개정을 촉구하는 부분에서는 1987년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 포스터 이미지를 띄우는 식이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야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연설문의 주 ‘타깃’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었다. “야당 의원님들께 간곡히 호소한다. 야당도 올림픽의 성공과 남북 평화를 바라고 있다고 확신한다.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쟁을 자제하고 국회 결의안 처리에도 협력해 달라”는 내용과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모두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약속했다. 다시 한 번 야당에게 국민과의 약속인 개헌 일정 준수를 촉구한다”는 부분은 한국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평창올림픽 관련 부분에서는 말미에 민주당 의원들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 등을 비롯한 양당 일부 의석에서 박수소리도 나왔다.

우 원내대표가 공개 제안한 ‘시민의회’(의회배심제)는 한국당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연설을 통해 “국민들이 국회 의사결정에 보다 폭넓게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에 국회의 기능을 보완할 시민의회를 제안한다. 당장 국회 내 합의가 어려운 법안이나 현안에 대해 최종 의결권은 국회가 행사하되, 국민의 참여와 숙의로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석에서 “그건 아니야”하는 말과 웃음소리가 함께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국당은 우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이 박수를 보낼 때 박수를 치지 않았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우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백장미쇼를 벌였다. 서지현 검사의 눈물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정권 뿐 아니라 집권당의 아마추어 무능을 바라보면서 한국당의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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