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개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와 같은 대표회사들이 계열사로부터 9,314억원의 브랜드 사용료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대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들이 지난해 계열사부터 챙긴 브랜드 수수료가 1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지주사에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불로소득’인 ‘이름값’으로 오너가들이 부를 축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공정위가 밝힌 ‘상표권 사용로 수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주사와 같은 대기업집단의 대표회사가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 곳은 20개 기업이었다. 이들 대표회사들은 277개 계열사에서 총 9,314억원의 브랜드 사용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에서 지주회사나 지주사 격의 대표회사들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개 기업 중 13개 기업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었다. 이 수치는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 대상에 포함돼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를 넘는 기업도 있었다. 부영(95.4%),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73.9%), 미래에셋자산운용(62.9%), 아모레퍼시픽그룹(54.2%)이다.

브랜드 사용료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지주사도 있었다. CJ(주)(66.56%), 한솔홀딩스(53.02%),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53.01%), (주)코오롱(51.73%), 한진칼(51.15%)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주사들이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상표법상 적법하다. 총수일가가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는지 여부는 수수료의 적정 수준이 계산돼야 하는데 이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위 역시 브랜드의 정상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브랜드 수수료 수취 행위를 공정거래법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코오롱과 한국타이어, 금호아시아나, 미래에셋 등 4개 집단 소속 7개 회사는 상표권 사용료에 관한 공시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총 2억9,5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점검을 통해 대기업집단이 매년 받는 사용료와 산정방식 등을 상세히 외부에 알리도록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지난 29일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는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매년 1회(5월 31일)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 혐의가 뚜렷한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등 법 집행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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