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홈페이지를 통해 '인류가 꿈꾸는 편리하고 안전하며 즐거운 미래'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고용된 단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처지는 이와 사뭇 다른 모양새다. < LG이노텍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작년에 특근을 60번 했습니다. 설날 상여금도 못 받고 나가게 됐습니다. 이제 베트남에서 생산한다고 계약직 전부 다 자르더군요.”
LG이노텍 전 계약직 직원의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다.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했는데, 영문도 모른 채 계약해지 통보를 당했다는 것이 골자다. 일부 청원인은 “1,000명 가까이 계약 해지통보를 당했다”고도 적었다. 반면 LG이노텍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계약연장이 되지 않은 일부 직원의 악의적인 주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이노텍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열심히 일했는데… ‘시한부’ 단기계약직의 비애 

자신을 ‘LG이노텍 계약직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계약직 직원들의 처우 문제를 지적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월 25일에 청원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작년에 특근을 60번 했다”며 “나보다 많이 희생한 사람이 없는데 설날 상여금도 못 받고 나가게 됐다. 이제 베트남에서 생산한다고 계약직 전부 다 잘랐다”고 호소했다. 1월 31일에 계약 종료된다고 언급한 청원인은 “이제 저는 또 다른 곳에 입사해서 신입으로 혹사를 당하겠지요. 그리고 또 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또 다른 청원인은 “계약직으로 작년 9월부터 4개월가량 근무했는데 설을 앞두고 떡값을 안주려고 회사에서 계약직 직원을 1,000명 가까이 계약을 해지통보 했다”고도 적었다.

1월 30일에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내용도 맥락이 비슷하다. “심지어 면접도 안보고 계약직을 마구잡이로 뽑더니, 결국 현장관리자 맘에 드는 사람만 남겨두고 계약해지를 진행했다”는 게 핵심이다. 해당 청원인은 “기본적으로 5근1휴, 10근1휴, 15근1휴 해봤다”며 “쉬는시간 15분씩 2회(방진복 벗고 화장실 다녀오고 입으면 끝이다), 1차 밥시간 40분, 2차 30분… 이렇게 2시간40분 쉬는데 그중 2시간30분은 시급에서 공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설이나 추석 한두달 전에 못 자르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LG이노텍 전 계약직 직원의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다.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했는데, 영문도 모른 채 계약해지 통보를 당했다는 것이 골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LG이노텍 “해고가 아닌, 계약만료”

반면 LG이노텍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LG이노텍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계약직은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라며 “계약기간이 끝나 계약해지가 된 것이고, 계약만료 전 부당하게 퇴사를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에 따르면 ‘전기·전자부품 제조 및 판매’라는 사업의 특성상 생산량에 따라 수용하는 생산인력이 달라진다. 물량이 꾸준히 유지되는 게 아니고 사이클 변동폭이 큰 만큼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단기 계약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업 특성상 1·2분기는 비수기로 분류된다. 3·4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다. 그래서 3·4분기에 단기계약직 고용이 늘어난다.

단기계약직의 계약기간 및 근무조건은 직무와 사업특성에 따라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품이나 생산라인에 따라 계약기간이 한 달 계약이 될 수도, 더 장기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계약기간 연장 여부도 마찬가지다. 직무에 따라 계약 연장여부가 달라진다.

회사 측 관계자는 “단기계약직은 말 그대로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고용하는 형태”라면서 “처음 고용할 때부터 이런 부분을 서로 사전에 인지하고 계약하는 것이다. 일부 직원 입장에선, 마치 때가 안됐는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계약만료 일자가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해고’라는 표현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계약연장이 안된 분들 중 일부가 청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그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휴식시간, 명절상여금, 특근수당 등 모두 근로기준법에 맞게 적용되고 있다. 모든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그들의 청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는 이유 

LG이노텍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계약직은 일정 기간 근로를 조건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해지일 뿐, 일방적인 해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LG이노텍 분기별 보고서를 살펴보면 1·2분기에는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 인원이 비교적 적지만, 3·4분기에는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1분기와 2분기 LG이노텍의 기간제근로자는 각각 120명, 83명이었다. 그러나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717명, 787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 330명이던 기간제근로자는 2분기 854명, 3분기 3,462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지난해 3분기에 임시고용된 3,000여명의 계약직(기간제근로자) 직원들 역시 계약기간이 끝나면 실업자가 돼야 하는 ‘시한부’ 대상자라는 점이다. ‘시한부 고용’임을 알고도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계약직 근로자 입장에선 혹여라도 ‘계약기간이 연장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 이들에겐 ‘뻔히 예정된’ 계약만료라 하더라도 절망감과 상실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만 호소하기는 어렵다. LG이노텍 입장에서도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도 없는 문제다. LG이노텍이 고민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것은 안정된 직장과 삶이 노동자들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행복이 결국 노동생산성과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LG이노텍의 현 고용구조에서만큼은 문 대통령의 바람이 실현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도 LG이노텍은 상황에 따라 계약직을 대규모로 채용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LG이노텍 단기계약직 직원들의 하소연이 한두명의 볼멘소리쯤으로 치부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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