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은 중재… 호남 민심 설득이 다음 과제

국민의당 중재파가 1일 사실상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개혁신당(가칭) 합류로 마음을 굳힌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국민의당 중재파가 1일 사실상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개혁신당(가칭) 합류로 마음을 굳힌 모습이다. 동시에 당초 예고했던 집단행동과 달리 일부 의원이 민주평화당으로 이탈할 여지도 남겼다. 중재파는 오는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거취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중재파 의원들은 이날 오후 박주선 국회 부의장실에서 긴급회동을 하고 막판 논의에 들어갔다.

중재파 모임의 대변인을 맡은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재파는 그간 호남 중심의 외연 확대를 위해 분열없는 통합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을 했다"라며 "하지만 최선이 무망한 상태에서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을 얘기했고 그것이 민평당에 가거나 이런 것과는 다른 얘기"라며 통합신당 합류에 무게를 뒀다.

중재파·유보파 의원들이 통합개혁신당과 민평당 중 어디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각 당의 규모가 달라지면서 이들의 행보에 통합파와 반대파 모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중재·유보파 호남의원은 7명이다. 일찍부터 중재파로 분류된 박 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이 의장, 주승용·황주홍 의원 5명을 비롯해 최근 송기석 의원도 중재파로 불리고 있으며 유보파로는 손금주 의원이 있다.

중재파가 이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의당이 4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를 취소한 가운데 민평당이 오는 6일 창당대회를 열며 먼저 당을 깨고 나가는 형태가 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분열만은 막겠다"는 것이 중재파가 내건 가치였던 만큼 민평당 합류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당의 통합여부가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상태에서 당을 만들고 자꾸 분열하는 것이 소망스러운가 하는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 의장은 "무소속으로 가는 것은 지금 선택지는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통합신당 내에서 호남의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안 대표의 '13일 사퇴' 예고에 대해서도 "미흡하지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황주홍 의원은 중재파 공동행동에서 이탈해 민주평화당 합류나 무소속의 여지를 남겼다.

황 의원은 회동 중간에 나와 기자들과 만나 "내 개인적으로는 결론이 났다"라며 "개인적으로 중재는 사실상이 아니라 완벽하게 실패했으니 개인적인 우정의 관계는 지속되겠지만, 중재파라고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유명무실해졌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황 의원은 (시간을) 조금 달라고 그래서 시간을 드리기로 했다"며 "좀 더 논의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중재파는 분당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며 한 달 넘게 안 대표에게 '선 대표직 사퇴, 후 전당대회'라는 중재안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안 대표로서는 통합동력을 상실하고, 반대파는 통합만은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 양측 모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진전없는 중재안을 고수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다.

이처럼 중재파의 고민이 길었던 것은 호남 지역민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대중(DJ)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 호남에서는 보수성향인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민평당이 DJ정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통합파로 불리는 한 호남의원의 지역사무소가 당원들에 의해 점거당했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재파가 어쨌든 안 대표의 사퇴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통합신당에 합류할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호남에서 통합신당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도 분명히 있는만큼 통합신당 내에서 다당제와 호남정치 실현에 앞장선다면 지역민심도 결국 이해해주리라는 것이다.

이 의장이 "어디에 있든 어떤 경우에도 중재파 의원들의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또 정치를 하면서 호남의 가치와 자존심, 국민의당이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것을 저버리지 않고 노력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설명한 것도 통합신당 내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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