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일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67번째 생일을 맞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일 67번째 생일을 맞는다.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독방에서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날 하루만큼은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지난해 3월 구속된 이후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일반인 접견을 수용하지 않았고,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유영하 변호사마저도 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접견이 불가능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독한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반대로 밖은 시끄럽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들이 생일을 축하하는 집회를 여는가하면 생일 축하 광고를 서울 및 대구 지하철에 게재하기 위해 발을 굴렀다. 반발성 집단행동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맡고 있는 법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설치한 생일 축하 광고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전·현직 두 대통령은 9일간의 간격을 두고 생일을 맞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 게시는 어려울 전망이다. 구속기소된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 1심 선고 앞두고 회의감… “출소할 날 오겠나”

‘대통령’에서 ‘피의자’로 전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해 생일은 최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당장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부담이다. 재판은 지난달 30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을 끝으로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이달 중 결심공판 일정이 잡힌다면 선고는 늦어도 3월 중에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법원은 결심공판을 연 뒤 2~3주 후에 선고를 진행한다. 전망은 밝지 않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뿐만 아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돼 릴레이 재판은 1심 선고 이후에도 계속된다. 이와 별도로 법원은 검찰의 추징보전 청구를 받아들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자택과 본인 명의 예금 등 재산이 묶였다. 상황이 점차 불리해졌다. 때문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 승소에 기대가 적었다. 유영하 변호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나오시면 주문진에서 회를 대접하겠다”는 덕담에 “아휴 그런 날이 오겠느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 선고에서 중형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를 맡겼던 유영하 변호사가 “(구치소에서) 나오시면 주문진에서 회를 대접하겠다”고 말하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선 마냥 생일이 기쁠 수가 없다. 물론 그는 생일날 조용하게 보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청와대 입성 이후 생일이 4차례 돌아왔으나, 자축행사는 열지 않았다. 참모진과 오찬을 함께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만 대통령 취임 전 맞았던 2013년 2월 62번째 생일엔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부부와 조카 등을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취임 후엔 한 차례도 가족들과 생일 축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가족들을 청와대로 들이지 않는다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칙이었다.

예년 생일과 변함없는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지자들이 보내는 편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생일을 맞았을 때도 지지자들의 편지를 전달받고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낸 바 있다. 현재도 박근혜 전 대통령 앞으로 발송되는 편지가 하루 10여통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하 변호사는 “지지자들이 구치소로 편지를 많이 보낸다. 편지가 줄지 않고 계속 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배달되는 편지를 다 읽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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