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총리(우) 임종석 비서실장(좌)과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7회 지방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중간평가가 될 공산이 크다. 또한 투표결과를 통해 대립을 보이고 있는 주요 정책노선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성격도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권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야권이 주목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여, 지방자치분권 개헌 vs 야, 관제개헌 반대

먼저 지방선거의 가장 큰 아젠다로는 개헌이 꼽힌다. 무엇보다 광역자치단체장을 포함해 지방선거에서 내세울 공약들은 예산 등 상당부분 개헌이 전제돼야 가능한 사안들이 적지 않다. 광역시도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지만, 참모 한 명을 추가로 채용하는데도 중앙정부 및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이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직 시도자치단체장들은 지방자치분권 개헌의 필요성에 입을 모은다.

과거와 달리 집권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가능성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방자치분권’이 담긴 개헌안과 지방선거 동시투표를 주장해왔다. 1일 개최된 시도지사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면 개헌이 어려울 수 있다”며 지방선거와 개헌안의 동시투표 협조를 정치권에 당부했다. 전체적인 합의가 힘들다면 현재까지 합치된 내용만이라도 개헌을 하자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동시투표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현 정권의 개헌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홍준표 대표가 내세운 이유다. 다만 소속 시도지사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개헌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아 무조건적인 반대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내 개헌’을 기본으로 자체 개헌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헌의 초점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으로 잡고 정부여당의 ‘지방자치분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독주하고 정부여당이 일사분란하게 따라가는 정치는 이제 더 이상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며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나타난 현행의 대통령 중심제를 넘어서야 하는 정치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저임금인상·일자리나누기 vs 포퓰리즘 정부 심판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최저임금인상과 일자리나누기 등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찬반도 선거의 주요 아젠다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최저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창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저임금 관련 정책설정에 이어 현장행보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올 하반기에는 반드시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청년일자리에 관해서는 문 대통령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한 문 대통령은 “정부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앞으로 3~4년을 최대 고비로 보고 정부지출 증가 등 극약처방까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야권은 ‘심판론’ 카드를 꺼냈다. 섣부른 포퓰리즘 정책으로 소상공인 및 노동자들이 더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그 당위의 명제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레토릭으로만 포장된 문재인 정부의 정책 포퓰리즘이 감당하기에 현실은 너무도 치열하고 디테일은 부족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이어 터진 화재 사건을 기회로 ‘미숙한 정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홍 대표는 “정부가 아마추어다 보니까 예방행정을 모른다”며 “억울한 죽음이 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후한무치한 정권”이라고 비난했었다. 김 원내대표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재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이동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 대선의 핵심 아젠다였던 ‘적폐청산’은 이번 지방선거에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등은 오히려 다른 아젠다 보다 선거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미 현직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 사이 적폐청산을 놓고 한 차례의 격돌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하자, 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평소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노’라는 표현이 나와 주목됐다.

야권의 정치보복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는 더 강하게 ‘적폐청산’을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자 국민이 뜨겁게 기대하는 것”이라며 “정체성에 관한 정책은 아무리 맞바람이 불어도 후퇴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정부여당이 선거를 통해 확인해야할 것은 ‘국민적 피로감’ 여부다. 검찰의 수사가 늘어지고 정치공방이 계속될 경우 국민적 피로도는 커진다. 따라서 수사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여권 인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검찰주도의 적폐청산 정국을 당 중심으로 옮겨보려 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오롯이 검찰의 몫이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결국 선거를 통해 나타나는 국민적 의사가 최종적인 판단 근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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