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그룹 회장 강신호)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동아제약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3월 1일부로 기존의 동아제약을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가칭)로 존속시키고 인적분할신설회사인 ㈜동아(가칭)와 물적분할신설회사인 동아제약㈜(가칭)로 분리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의결 내용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그룹의 투자사업 및 공통서비스 부문을 전담하고 신규 상장 예정인 동아는 전문의약품(ETC)과 해외사업(OTC)을 맡으며 동아제약은 박카스 및 일반의약품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치료위주인 제약업 중심에서 벗어나 의료서비스 분야 및 신사업군 추가 등 단계적인 사업 확장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의 도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회사 분할비율은 0.63 대 0.37로 결정됐다. 따라서 기존 동아제약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주당 새로운 동아 주식 0.63주와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0.37주를 각각 받게 될 예정이다.

동아제약은 이번 지주회사 전환 배경에 ▲의약품 사업과 함께 기타 사업부분의 레벨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 ▲독립적인 경영 및 객관적인 성과평가를 통한 책임 경영체제 확립 ▲ 경영 투명성 제고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 토대 마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의 이번 지주사 선언에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시기'가 석연찮다. 이미 제약업계는 2001년 녹십자를 필두로 대부분 지주사 체제 전환을 강행한 바 있어 늦은 감이 있고, 또 최근 리베이트 의혹으로 동아제약을 비롯한 제약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기 시기적으로 이번 발표가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동아제약은 지난 1일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10일 본사 건물과 거래처의 압수수색에 이은 추가 조사로, 구체적인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파악된 리베이트 규모만 9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반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자사 의약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중개인을 통해 의․약사 등에게 불법으로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의사협회 및 관련 단체들이 주관하는 각종 세미나 등에 거액의 후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편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면전환용'으로 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다. 리베이트 의혹의 얼룩진 오명을 체제 전환으로 씻어보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리베이트 의혹이 ‘검은 경영’을 나타낸다면, 지주사 체제는 ‘투명 경영’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강신호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불안감이 불러온 무리수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동아제약은 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현저히 낮은데다, 경쟁사가 동아제약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에 대한 위협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강 회장은 동아제약의 최대주주로 주식 4.68%를 보유하고 있고, 강 회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4남 강정석 사장은 전문경영인 유충식 사장의 2.39%보다 낮은 0.64%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율은 친인척과 우호지분을 합쳐야 겨우 10%를 넘을 만큼 지분구조가 취약하다.

지주사로 전환을 꾀하면 지주사는 상장 회사의 20%, 비상장 자회사의 40% 지분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현물출자, 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이에 지주사 전환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늘리고 경영권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동아제약의 계획이 이번 선언에 내포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동아제약이 체제 전환을 이루면 현물출자 등을 통해 강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비상장회사로 남는 동아제약의 경우 지분 100%를 지주사가 보유하게 돼 오너일가의 경영권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아제약 대주주는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분율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주사 전환으로 경영권 강화를 이루게 될 동아제약은 또한 4남 박 사장으로의 경영승계도 쉽게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증권가에선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발표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캐시카우였던 박카스 사업부가 분리되면서 신설법인인 동아에는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임상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이알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아제약의 올해 3분기 실적이 기대치 대비 크게 상회했으나 ETC 사업부의 실적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박카스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도 낮다”며 “불확실성 부분이 잔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할되는 동아(주)가 신성장동력이 크게 부족하고, 현재 R&D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당분간 큰 신약개발 모멘텀이 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캐시카우마저 상실한 동아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글로벌시장 진출 모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지주사 사장, 전환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1월 주주총회가 끝나고 나서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까지 회사 측에서 밝힐 수 있는 사실은 ‘동아제약이 이듬해 3월 1일 지주사 전환 체제를 한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 전환은 하루아침에 결정하고 진행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미 수년째 검토를 통해 결정한 부분이며, 최근 동아제약에 합당하고 들어맞는 최적의 전환 모델(ETC・OTC분리)이 제시돼 검토 후에야 공식 발표를 한 것이다. 리베이트 수사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관계자는 또 "지주사 전환을 발표하면 으레 그렇듯 후계구도 의혹이 따라온다"며 "지금은 모든 것이 추측일 뿐이다. 다만 지주사로 전화되면 지분율 상승과 경영권이 강화되기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아제약이 지주사 전환을 하게되면 제약업계의 다섯번째 지주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녹십자가 지주사 체제 전환 선언의 테이프를 끊었고, 곧이어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등이 회사를 분할하고 지주사를 세워 체제를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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