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항한 강원랜드 '문태곤호'가 채용비리 수사 외압 폭로라는 복병을 만나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문태곤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조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강원랜드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지면서 와신상담에 나선 ‘문태곤호’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직 검사의 수사 외압 폭로에 이미지 쇄신은 더욱 요원하게 됐다.

◇ “수사 외압 받았다”… 채용비리 재점화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온 국민을 허탈감에 빠뜨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의 화살이 정치권과 검찰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현직 검사의 입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신의 직장’ 등용문을 둘러싼 의혹이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불씨가 꺼져가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논란을 재점화 시킨 건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힘이 컸다. 지난 4일 첫 전파를 <MBC>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미 실체가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관한 검찰 수사가 지금껏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를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 등장한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며, 그 배후에 현직 검찰 간부와 국회의원이 있다고 폭로했다.

폭로의 내용은 구체적이면서도 간단명료했다.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 받은 사건이 두 달 만에 종결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또 이를 재수사하고 별도의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한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안 검사는 외압의 배후로 자신의 전직 검찰 간부와 야당 소속인 두 국회의원을 지목해 증언의 신빙성을 높였다.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의 수사 대상인 권선동,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두 의원과 전직 고검장의 이름 등이 등장하는 증거 목록을 삭제하라는 상관의 압력을 수차례 받았다”고 폭로했다.

◇ 이미지 쇄신 다급한 문태곤 사장 ‘곤혹’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곧바로 정치권에서 반응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고 지목된 당사자인 권 의원은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반대로 여당에서는 “(강원랜드 채용비리는)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도려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또 최근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검찰 조직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한 40대 젊은 검사의 폭로로 인해 강원랜드도 곤혹스럽게 됐다. “이미지 쇄신을 통한 비카지노 부문 실적 확대”라는 비전을 제시한 문태곤 사장에게 채용비리 이슈가 불거지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적폐로 인식되는 채용비리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강원랜드의 선결 과제인 이미지 쇄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전망을 증명하기로 하듯, 채용 비리에 연루된 239명을 업무에서 배제하겠다는 문 사장의 쇄신 노력이 이번 폭로로 인해 빛이 바라게 됐다.

전임자의 ‘업보’로 인해 취임 초창기부터 순탄치 않은 상황에 직면한 문태공 사장이 강원랜드를 환골탈태 시킬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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