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잔류 호남중진, 민주평화당에 '신 쇄국정치' 맹폭

국민의당이 분당되면서 호남민심이 '안철수와 박지원' 중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지난해 5·9 대선 결과 발표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박지원 의원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이른바 '호남정신'을 놓고 국민의당에 잔류한 호남중진과 민주평화당으로 떠난 호남중진 간 신경전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잔류파는 7일 박지원 민평당 의원이 자신들을 '배신자'라고 규정짓자, '신 쇄국정치', '정치혐오 불러일으킨다'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김관영 사무총장, 주승용·권은희·송기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평당과 박지원 의원을 맹폭했다.

박 부의장은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주도해 만든 민평당은 무술년에 일어난 신(新) 쇄국정치이자 구태정치를 하는 정당"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30년 전으로 퇴보시키고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는 사태일 뿐만 아니라 호남을 폐쇄적으로 만들고 왜소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평당은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후보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퍼져간다"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국민과 호남의 준엄한 심판이 머지않았으며, 결국 소멸의 길로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통합을 추진하면서 소통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일차적인 분열 원인을 제공했다. 안 대표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당 대표의 독주를 핑계 삼아 기다렸다는 듯 창당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사무총장은 "민평당이 본인들의 의석수를 계산하며 '148대 148'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이야말로 잘못된 보수야합 프레임"이라며 "자신들의 의석수를 더불어민주당이랑 합산해 계산하는 것이 바로 '민주당 2중대'가 아니면 뭐냐"라고 꼬집었다.

주승용 의원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민평당은 명분이 없다"며 "완전한 호남지역당으로, 헌정사상 이렇게 만들어진 정당은 없다. 호남 지역민들도 시간이 지나면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대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했던 국민의당이 갈라지면서 이같은 호남 정통성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에 잔류하기로 한 호남의원들이 7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자신들을 '배신자'라고 규정짓자, '신 쇄국정치', '정치혐오 불러일으킨다'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뉴시스>

그간 정치권에서는 '호남 적통'이라고 하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동교동계에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난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現 더불어민주당) 분당 과정에서도 동교동계의 국민의당 합류는 호남민심의 현주소를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호남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하면서, 호남민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호남민심의 '전략적' 투표 성향이 강하다고만 하기에는 대선 이후에도 계속되는 낮은 호남 지지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분당을 통해 결과적으로 호남민심이 통합신당과 민평당 중 어디를 지지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통합신당과 민평당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라는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지만, 일단 '안철수 대 박지원'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통합파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박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박 의원을 비롯해 민평당에 합류하는 의원들을 '구태정치'라고 규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당 사정에 정통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박·천·정(박지원·천정배·정동영)' 등으로 대표되는 호남중진이 있는 이상 통합신당의 미래는 어둡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안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을 결정짓는 전당원 투표를 제안할 때 '구태정치'를 언급했던 것을 상기하며 "당시에는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아도 맥락에 문제가 없는데 과도하게 말이 들어갔다 정도로만 생각했다"라며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 통합과정에서 이탈하는 호남중진을 정리하고, 이들이 재기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송기석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때 '박지원 상왕론'으로 안 대표의 타격이 컸다. 게다가 박 의원은 대선 기간 내내 전남 지역만 집중적으로 돌아 주승용 의원 같은 이를 질리게 했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박 의원이 백의종군 수준을 넘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해야 안철수 지지율이 반등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 목표는 박 의원만 치는 것이었다. (당 안팎에서) 워낙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라며 "정동영·천정배 의원은 전략적으로 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 의원과 각을 세울 시점만 찾고 있었는데 돌연 호남 중진 전원과 각이 서버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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