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과 강한 달러, 유가하락 견인… ‘60달러 전망’에 무게 실려

텍사스의 석유정제공장. 미국산 셰일오일은 국제유가의 상승폭을 제한할 요인으로 뽑힌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 주의 시작과 함께 고개를 숙인 것은 주가만이 아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높아져왔던 국제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배럴당 70달러 선을 위협하던 서부텍사스유가는 5일과 6일 각각 1.98%와 1.18% 하락했다. 두바이유가도 이틀 연속 1.1% 가량 떨어졌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27개월 연속 진행 중인 국내 휘발유값의 상승세도 중단될 전망이다.

◇ 원인은 주가하락과 강한 달러

CNBC는 원유시장과 주식시장을 2인승 자전거에 비유했다. 어느 한 쪽이 흔들리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주요국 주식시장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증시가 일제히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어제까지 확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주가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자 원유시장에서도 손을 거두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미국의 양대 석유회사인 엑손 모빌과 쉐브론의 주가가 모두 떨어지면서 에너지 관련 종목의 S&P500지수는 5일(현지시각) 6% 하락했다.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강한 달러’의 가능성도 유가하락에 일조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가치와 국제유가는 정반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블룸버그가 발표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일 약 3년 1개월 만의 최저치(88.671)를 기록했지만, 7일(현지시각)에는 89.565까지 반등했다. 임금‧물가지표가 모두 상승하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된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 등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강한 달러를 지지하고 나선 영향이다. 물론 장기적 상승궤도의 신호탄인지, 단순한 일시적 반등인지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 “국제유가, 60달러 선 지킬 듯… 장기적 부담 될 수 있다”

에너지 헷지 펀드 ‘어게인 캐피털’의 창업파트너 존 킬더프는 이번 사태로 인한 유가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유가하락이 주식시장의 평가절하에 놀란 투자자들의 대량매각에서 비롯된 것이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가하락이 단기적인 ‘사고’에 그친다면, 다음 관심사는 물론 기름값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다. 현재로선 배럴당 유가가 100~150달러를 오갔던 지난 2000년대 중반과 같은 현상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유가전망에 대해 “60달러 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관측을 내놨다. 미국산 셰일오일이 증산되면서 2분기 들어 공급 초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지난 주 시추작업에 동원되는 기계장비를 다수 증설했으며, 석유가스회사 베이커 휴즈는 미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이 작년 11월의 1,000만배럴 기록을 넘어 근 40년 중 최대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화된다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양이다.

주요 투자은행과 IMF등 국제금융기관도 올해 국제원유시장의 중간가격을 60달러 전후로 보고 있다. 유가가 작년보다는 높아지지만, 증가폭 자체는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적정가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수차례의 ‘오일쇼크’를 통해 고유가정책이 자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산유국의 정상들은 “유가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내놓은 바 있다.

배럴당 60달러라는 가격표는 한국 수출기업에게 득일까, 실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수출경기의 7대 이슈’ 보고서는 유가상승과 수출의 상관관계를 한국경제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2018년 4분기까지 60달러로 오를 경우 수출은 0.19%, 70달러로 오를 경우 0.59% 상승한다. 다만 이 수출증가효과는 향후 5분기까지만 나타나며, 6분기 째부터는 수출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수출단가 상승에 따른 수출액 증가효과보다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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