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 3세 정연호 대표가 정식품 자회사인 자연과사람들 신임 대표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정식품 서울사무소. <다음 로드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정식품 3세’ 정연호 자연과사람들 대표가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초 정식품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자회사 대표로 승진하면서 후계 승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정식품의 유일한 자회사(지분 100%)인 ‘자연과사람들’ 대표직은 향후 정식품 차기 CEO 자리를 염두해 둔 징검다리 성격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즉 정연호 대표가 총괄하게 된 자연과사람들의 성적표에 따라 정 대표의 경영 능력이 판가름 나는 것인데, 그가 몸담았던 그룹의 관계사 ‘오쎄’의 현주소 등을 봤을 때 고전이 예상된다.

◇ 경영수업서 ‘적자’ 쓴 맛만 본 정식품 3세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이 3세 시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재원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성수 회장의 아들인 정연호 대표가 차기 후계자 자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정식품은 2018년 인사를 통해 정 대표를 자회사인 자연과사람들 신임 대표에 앉혔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실적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가 차기 정식품 최고 경영자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는 건 그의 과거 행적이 보여준다. 정 대표는 여느 기업 후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며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그룹 관계사인 ‘오쎄’의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초 정식품 부사장에 선임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그는 1년 뒤, 정식품의 유일한 자회사를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자연과사람들에서 경험을 쌓은 정 대표는 수년 내로 본사격인 정식품으로 복귀해 사장이나, 그에 준하는 자리에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정 대표가 후계 경영인으로서 최적기인 40대 초반에 들어섰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정식품 3세 경영인인 정 대표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밝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바가 전무하다 시피한 정식품 후손 가운데 후계자로 낙점되면서 유일하게 베일이 드러났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첫 테스트격이었던 오쎄는 정 대표 재임 기간 동안 적자로 시작해 적자로 마무리 됐다.

정 대표 취임 첫 해인 2014년 오쎄는 176억3,239만원이라는 적잖은 매출에도 3억8,986만원의 영업손실과 3억7,935만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이듬해 3억5,951만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했지만, 1년 만에 다시 2억5,797만원의 영업적자와 2억8,335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오쎄는 정성수 회장의 친인척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식품의 관계기업으로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의 개발 및 유통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 정연호 대표, 자연과사람들 ‘내부거래 40%’ 어쩌나

정 대표는 정식품 본사로 가는 직전 관문격인 자연과사람들에서는 가식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하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다. OEM, ODM 음료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B2B기업 자연과사람들은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출은 500억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전성기 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정연호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연과사람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모회사인 정식품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연과사람들은 국내 굴지의 식음료 업체들을 포함해 유통사들을 거래처로 두고 있지만, 최대 고객사는 모기업 정식품이다. 정식품과의 내부거래 비율은 40~50%를 넘나들고 있다. 한때 92%를 넘은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들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거래 규모도 200~300억원 가량으로 상당하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조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연간 내부거래규모 200억 이상’, ‘전체 매출액 대비 12% 이상’ 모두에 저촉되는 부분이다. 다만 정식품은 총자산 5조가 넘는 대기업 집단이 아니며, 자연과사람들은 직접적인 총수 일가 지분 없이 모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별다른 제재 대상에는 속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 강도를 강화하고 있어 정식품과 같은 중견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실제 공정위 안팎에서는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으로까지 제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식품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식품 사장은 전문 경영인들이 맡아와 향후 정연호 대표가 CEO로 선임될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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