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의 평창 땅은 위탁영농에 의해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평창=권정두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오랜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개회식을 앞두고 있다.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더불어 4대 스포츠축제로 불리는 동계올림픽인 만큼, 기대 못지않게 우려와 논란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벌 및 공인들의 땅투기 논란이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강호동은 이 논란으로 연예계 활동을 중단해야 했고, MB정부에선 장관 내정자가 낙마하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재벌들의 평창 땅은 어떻게 됐을까.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시점에 <시사위크>는 평창 땅투기 논란에 휩싸였던 재벌, 그중에서도 10대 재벌 오너일가에 속하는 이들의 땅을 다시 짚어봤다. 두 번째는 GS그룹 오너일가 4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다.

GS그룹 오너일가 4세 중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허세홍 대표.

◇ GS그룹 4세 대표주자, 돈독한 파트너와 평창 땅 매입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대표는 GS그룹 오너일가 4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인물이다. GS칼텍스에서 부사장까지 오른 뒤 지난해부터 GS글로벌의 수장을 맡았다. GS그룹 오너일가 4세의 첫 독자행보다. 향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GS칼텍스를 이끌 유력한 후계자다.

그런 그도 2012년 평창땅 투기 논란에 이름을 올렸다. 땅 매입은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총 7만2,387㎡ 중 6만4,356㎡는 2005년 12월에, 나머지 8,031㎡는 2009년 11월에 거래됐다.

특이점은 그가 이 땅을 공동명의로 사들였다는 점이다. 파트너는 GS칼텍스과 돈독한 관계에 있는 한미석유 박신광 회장의 아들 박재형 씨다. 한미석유는 GS칼텍스 주유소 29개와 LPG충전소 10개를 운영하는 회사다. 이를 기반 삼아 주유소 전문 건설업체인 한미건설과 저유소업체 에너지넷으로 사업을 키웠고, BMW코리아의 공식 딜러사인 한독모터스도 운영하고 있다. 양 집안이 오랜 세월 공생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허세홍 대표의 평창 땅 위치. 바로 앞에 진부역과 평창올림픽플라자를 잇는 도로(붉은 표시)가 생겼다. <네이버지도>

◇ 동계올림픽 위해 뚫린 왕복 4차선 도로, 허세홍 땅과 연결

지난 5일 찾은 허세홍 대표의 평창 땅은 대체로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겨울이라 농작물은 없었지만 농사를 지은 흔적은 뚜렷했고, 염소와 양 등이 방목돼있는 상태였다. 다만,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농가주택엔 인기척이 없었다.

주목할 점은 이 땅 바로 앞에 큰 도로가 생겼다는 것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생긴 왕복 4차선도로이며, 칼산터널이란 터널까지 뚫렸다. KTX가 서는 진부역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프라자와 각종 경기장을 빠르게 이어준다. 동계올림픽 기간엔 올림픽 진행 관련 차량들만 이용할 예정일 정도로 중요한 도로다.

이 도로가 생기기 전 허세홍 대표의 땅은 국도에서 농로를 따라 한참 들어가야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도로가 생기면서 4차선 도로에 바로 연결되는 진입로를 갖게 됐다.

땅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있어 길과 연결되는지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길에 닿지 않는 땅은 ‘맹지’라 불리며 땅의 가치가 떨어진다. 반면, 국도 등 도로와 연결되는 땅은 개발을 위한 기본바탕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허세홍 대표의 땅은 동계올림픽 효과를 제대로 보게 된 셈이다.

길이 뚫리기 전과 후 달라진 모습. 위 사진에 새로 생긴 길을 따라가면 허세홍 대표의 땅과 연결된다. <네이버지도>

다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 부동산업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 부동산업자는 “길이 생기면서 개발 시 따져야할 규정도 더 많아지게 된다”며 “특히 인근에 터널이 생겼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어쨌든 큰 길이 바로 연결됐다는 점은 인프라 측면에서 좋은 요소다”라고 말하는 부동산업자도 있었다. 또 다른 부동산관계자는 “예전에 비하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를 활용해 어떤 개발을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농지로서 매각하는 것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아무래도 주변의 다른 농지에 비해 땅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농사를 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그 땅을 매입할 큰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세홍 대표의 땅은 바로 앞에 왕복 4차선 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왼쪽은 허세홍 대표 땅 진입로이고, 오른쪽 끝엔 칼산터널이 있다. <시사위크>

◇ 엑스포, 동계올림픽… 허세홍 향한 불편한 시선의 이유

그렇다면 허세홍 대표의 땅은 값이 얼마나 올랐을까.

가장 큰 넓이의 전답은 매입 당시인 2005년 공시지가가 1만7,200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만2,000원이 됐다. 다른 전답도 대부분 2~2.5배 정도 값이 올랐다. 임야의 경우, 가장 큰 필지가 2005년 3,450원에서 지난해 2만1,400원으로 6배 이상 올랐다. 도로 개통 이후에는 아직 공시지가가 공시되지 않았다.

다만,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지역 부동산업자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한 부동산업자는 “아직 거품이 끼어있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마도 그 정도 규모와 가격의 땅을 농사목적으로 매입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발을 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허가 등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허세홍 대표는 평창 땅을 사들인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매각을 통한 차익실현도 없었고, 개발 시도도 없었다. 위탁영농을 이어가고 있어, 법 위반사항도 없는 상황이다.

농사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허세홍 대표의 평창 땅. <시사위크>

하지만 허세홍 대표가 땅투기라는 꼬리표를 떼긴 어려울 전망이다. 허세홍 대표가 처음 평창 땅을 사들였을 당시, 그는 미국 정유기업 셰브론에서 근무 중이었다. 추가로 땅을 매입한 2009년에도 그는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모두 국내에 머물지 않던 시기에 땅을 사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허세홍 대표는 2005년 1월 여수에도 땅을 산 바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땅을 대거 사들여 주목을 받았던 여수시 사곡리 궁항마을 일대다.

결과적으로 허세홍 대표가 땅을 매입한 곳에서는 엑스포와 동계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개최됐다. 이로 인해 인프라 수준이 상당히 개선됐고, 다른 지역에 비해 눈에 띄게 땅값이 올랐다. 특히 평창 땅 바로 앞엔 4차선 도로까지 생겼다.

평창 땅투기 논란에 허세홍 대표가 이름을 올렸을 당시, GS칼텍스 측은 “향후 화훼농장이나 수목원을 조성할 목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허세홍 대표가 현재 이끌고 있는 GS글로벌 측은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회사 쪽에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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