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홍준표 리더십'을 두고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 사진 왼쪽부터 홍준표 대표, 5선 중진 의원인 이주영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홍준표 리더십’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어이가 없다”면서 중진 의원들의 반발을 사실상 묵살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대표가 중진 의원들과의 마찰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재철·이주영·정갑윤(이상 5선), 강길부·나경원·신상진·유기준·정우택·정진석·주호영·한선교·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 한국당 중진 의원 12명은 8일 홍 대표에게 “그동안 중단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다시 열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오늘(8일) 느닷없이 두세명이 주동이 되어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한다”며 “지방선거 때까지 의결을 요하는 사안만 비공개 최고회의를 하기로 했다. 최고·중진회의라는 것은 당헌·당규에도 없는 것이고 당 대표가 필요할 때 여는 것”이라고 이들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

이어 요청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비유해 작심 비판했다. 그는 “부패로 내사·수사를 받는 사람, 중진이면서 당협위원장에 떨어진 사람, 자기 상가 안 왔다고 방송에 나가 당 대표를 공개 비난하는 사람 원내대표 꼴찌하고도 왜 그런 결정했는지 반성하지도 않고 나서는 사람, 당이 어려운데도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고 꽁무니 빼는 사람,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설치는 당”이라고 비꼬았다.

구체적으로 홍문종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인 경민학원을 통해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 등으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기준 의원의 경우 지난해 당무감사에서 평가점수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부산 서구·동구 당협위원장직을 박탈 당했다.

나경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홍 대표가 모친상을 알면서도 문상을 안 왔다고 말했고, 한선교·이주영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러닝메이트로 출마했지만 17표로 낙선했다. 이외에도 정진석 의원은 차기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됐으나 지난해 말 본인이 출마를 고사한 바 있다.

여기에 홍 대표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당의 정치 대선배”라며 “내가 중앙정치를 떠나 지난 4년 4개월 경남지사로 내려가 있는 동안 한국 보수 정당을 이렇게까지 망가지게 한 데는 과연 누구의 책임이 크냐”라고 요청서에 이름을 올린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추가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여투쟁에는 보복이 두려워 나서지 못하고 안전한 당내 총질에만 아르바이트 하듯이 하는 것이 야당 정치라고 생각하냐”며 "더 이상 당내 문제는 없다. 각자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당을 위해 헌신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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