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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에세이'] H에게-평창올림픽 개막식날 생각하는 ‘평화’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아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김종삼 시인의 <평화롭게>라는 시일세.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을까? 몇 달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전쟁이, 그것도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전쟁이 이 땅에서 일어난다면,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치가 떨리지 않는가? 그런데도 전쟁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입에 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9일)부터 평창 겨울올림픽이 시작되는 것은 알지? 난 지금도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열리는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일세. 가리왕산에서 잘려나간 많은 나무들의 신음소리가 아직도 환청처럼 들려서 마음이 아프거든.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이런저런 후유증이 많을 거야. 며칠 동안의 축제를 위해 만든 시설들을 관리하는데 들어갈 많은 비용을 가난한 자치단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거든.

하지만 이제 와서 어찌하겠나. 이왕 준비한 지구촌 축제이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빌 수밖에. 게다가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은 우리 민족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큰 선물도 안겨주는 것 같네. 긴박하게 돌아가던 한반도 상황이 일시적이나마 평화의 기운으로 넘쳐나고 있어 보기에도 좋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몇 나라들이 평창에 오는 것을 망설일 정도로 전쟁 위험이 고조되었던 게 사실이거든.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이 될 수 있음을 오랜만에 실감하고 있네.

그런데 이번에도 남북한의 화해분위기를 색깔론과 종북몰이로 평가절하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깝구먼. 자유한국당 사람들을 보게나. 당대표부터 대변인까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부르고 있네. 국제올림픽위원회도 분명 ‘PyeongChang Olympic’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그 당 사람들은 모두 갑자기 난독증(dyslexia)에라도 걸린 걸까? 이명박 정부 시절에 남북 단일팀의 근거가 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앞장서서 통과시켰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빨갱이올림픽’이라고 난리를 치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뿐일세.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자기들 수준으로 낮춰보고 있는 거지. 대다수 국민들의 의식은 훨씬 앞서 나아가고 있는데… 그 특별법 제85조에‘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하여 남북 단일팀 구성에 관하여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은 걸 깜박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먼. 그런 기억력이라면 이제 그만 권력욕 버리고 낙향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닐까?

이번 남북단일팀 논란을 보면서 나도 느낀 게 많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 많은 젊은이들이 반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네.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젊은이들이 그렇게 분노할 일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만큼 우리 젊은이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제반 상황이 새로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여러 가지로 불리하게 바뀐 건 사실이야. 그래서 ‘헬조선’이나 ‘N포세대’같은 신조어들이 유행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도 많아졌어. 그런 젊은이들에게 ‘통일’이나 ‘남북 화해’같은 추상적인 가치보다 지금 당장의 ‘사회정의’가 더 중요하겠다는 것도 인정해야지.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그런 사회정의마저도 평화가 보장되지 않으면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네. 게다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가장 큰 고통과 희생을 감수해야 할 세대가 누구인가?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네. 이번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만이라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살아 있는, ‘민족 통일’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향해 남북한 젊은이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구먼. 북한의 세습 왕조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북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할 ‘한민족’임을 젊은이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 올림픽 이후에도 이 땅에 평화가 영원하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오늘은 이만 줄이네.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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