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51일째인 9일, 역대 관객 수 2위에 오른 영화 ‘신과 함께’의 스틸컷.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는 올해 첫 ‘천만영화’이자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천만영화’였다. 개봉 16일 만에 ‘천만영화’로 등극했고, 어느덧 ‘국제시장’을 넘어 역대 관객 수 2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 롯데시네마의 ‘밀어주기’가 있다는 불편한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신과 함께’는 9일로 개봉 51일째를 맞았다. 보통의 영화라면 상영이 끝났거나, 극히 일부 상영관만 남아있을 시기다. 물론 ‘천만영화’라는 상징성과 후발 흥행영화가 없었다는 점이 ‘신과 함께’를 더욱 롱런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다만, 설 명절을 겨냥한 ‘조선명탐정 3: 흡혈괴마의 비밀’이 지난 8일 개봉하면서 사실상 ‘신과 함께’가 설 자리는 없어졌다.

하지만 롯데시네마에서는 ‘신과 함께’를 여전히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영화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토요일(10일)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롯데시네마의 서울 지역 영화관 23곳 중 19곳에서 ‘신과 함께’가 총 80회 상영된다. 건대입구점·노원점·김포공항점이 6회로 가장 많이 상영하고, 가양점·강동점·영등포점·월드타워점은 5회 상영한다. 1회만 상영하는 곳은 없다.

경쟁사인 CGV의 상영시간표에서 ‘신과 함께’가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작다. 서울 지역 영화관 31곳 중 23곳에서만 ‘신과 함께’를 상영하고, 상영 횟수는 67회다. 3회 이하로 상영하는 영화관이 18곳이나 되고, 그 중 1회만 상영하는 곳은 4곳이다. 영화관 및 상영관은 CGV가 훨씬 많지만, ‘신과 함께’ 상영 횟수는 롯데시네마가 많은 것이다.

메가박스와의 비교에서도 같은 양상이 포착된다. 서울 지역 영화관 15곳 중 9곳에서 ‘신과 함께’를 상영하는데, 상영 횟수는 18회 뿐이다. CGV와 마찬가지로 4곳에서는 1회만 상영한다.

상영시간대까지 고려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메가박스의 경우 18회의 상영 중 3분의 1인 6회가 조조 또는 심야 상영이다. 반면, 롯데시네마의 영화관은 대부분 4~5회 상영하고 있어 좋은 시간대에도 ‘신과 함께’를 볼 수 있다.

◇ 개봉 한 달 시점부터 뚜렷해진 차이

‘신과 함께’가 개봉한지 한 달이 되는 시점부터 최근까지 각 멀티플렉스 영화관 별 ‘상영횟수점유율’ 비교. 대체로 CGV와 메가박스는 비슷한 수준을 보이지만, 롯데시네마는 차이가 난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8일 롯데시네마 직영점의 ‘신과 함께’ 상영횟수점유율은 6.5%였던 반면, CGV 직영점은 4.3%, 메가박스 직영점은 2.8%였다. 지난 6일과 7일의 경우, 롯데시네마 직영점은 10%가 넘는 상영횟수점유율을 기록했지만 CGV와 메가박스 직영점은 5%대에 머물렀다.

특히 ‘신과 함께’가 개봉한지 한 달이 넘어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러한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CGV와 메가박스에서의 상영횟수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반면, 롯데시네마는 5%포인트 정도 높았다.

이를 놓고 영화계에서는 ‘관객 짜내기’를 위한 교묘한 밀어주기라는 불편한 시선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신과 함께’는 오랜 기간 비교적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며 개봉 51일 만에 역대 관객 수 2위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특정 대기업에 의한 스크린 독점 행태는 영화업계의 큰 문제로 지적돼왔다. 영화 제작 및 배급은 물론, 멀티플렉스 영화관까지 갖춘 대기업이 힘을 키우면서 발생한 문제다. 이들이 내놓는 영화가 개봉할 경우,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지난해 11월에는 이를 방기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묘한 밀어주기 행태까지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과 함께’의 경우, 개봉 직후에는 높은 예매율과 흥행으로 다수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밀어주기 행태는 일정 시기가 지난 뒤 나타났다.

만약 ‘신과 함께’ 이후, 그에 버금가는 흥행작이 등장했다면 롯데시네마도 이렇게 많은 상영관을 ‘신과 함께’에 배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과 함께’의 흥행기록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 환경 등 여러 복잡한 요소가 작용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밀어주기 행태는 적발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해당 기업들은 “예매율 등 내부 기준에 따라 상영관을 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사 영화나 계열사 영화를 밀어주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유독 롯데시네마만 ‘신과 함께’에 많은 상영관을 배정했고,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과의 차이가 뚜렷했다. 이는 비단 롯데시네마와 ‘신과 함께’의 사례에서만 드러나는 일도 아니다. 이전에도 적잖은 수의 영화들이 그룹 계열사 영화관의 지원 속에 ‘롱런’하며 관객을 더 끌어 모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조치는 물론, 해당 기업들의 상생의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신과 함께’가 롯데시네마의 덕을 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행태가 시장 질서를 해치고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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