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10년대 초반까지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과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들은 일관된 지적사항들을 담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매년 주요 국제기구·교육기관들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는 보는 사람의 흥미를 상당히 돋우는 주제다. 한국인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줄 세우기’적 요소가 넘쳐날 뿐 아니라, 주요 경제·사회 이슈에 대해 국가별 비교도 용이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은 그다지 웃을 일이 없었다. 근 몇 년간 발표된 주요 보고서에서 특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발표된 첫 국제경쟁력지수인 ‘인적자원경쟁력지수(GTCI)’에서도 전체 30위에 머물렀다.

◇ “한국시장 매력 떨어져” 밖으로 나가는 인재들

물론 세계 학술기관들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저마다 서로 다른 평가기준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위상을 판단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하는 만큼 공통점도 상당하다.

한국이 자주 지적받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평가항목별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가 발표한 인적자원경쟁력지수 중 한국은 ‘R&D(연구개발)지출’과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성’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반면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난 항목도 있다. 한국의 왜곡된 노동시장구조를 잘 보여주는 노사협력(116위)·여성리더십(117위) 등이 그것이다. 기업과 노동자의 갈등,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 등이 경제계의 혁신을 저해하는 고질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와 유사한 결과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작년 9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이 지표에서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으며, 가장 큰 감점원인은 노동시장의 효율성(73위)이었다. 여기에는 노사 간 협력(130위)과 정리해고 비용(112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90위) 등이 포함된다. 석 달 먼저 발표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17년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노동시장(63개국 중 51위)과 경영관행(61위) 부분에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낙후된 노동구조는 자연히 시장의 낮은 매력도로 이어진다. IMD는 한국의 인재들 상당수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두뇌유출 54위), 반대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인재는 드물다고 밝혔다(해외인재유입 48위). 인시아드는 6대 평가항목 중 ‘매력지수’에서 한국에게 81위를 매겼다.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노동시장이 우수한 인프라와 기술기반이라는 강점을 갉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주요 국제기구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평가 내역. <표=시사위크>

◇ 대기업‧젊은 층은 개선추세… 사회이동 가능성은 낮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순위보다 더욱 큰 문제는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WEF 평가에서 4년 연속 26위, IMD에서는 2년 연속 29위 등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작년에는 “선진국 중 드물게 순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다수의 국제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점은 노동시장의 후진성이다. 다만 최근 노동계 일각에서는 일부 개선의 움직임도 엿보이고 있다. 최근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일자리 나누기 등 노동선진화 정책이 강조된 영향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물가상승률과 연동한 급여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임금결정의 유연성과 고용‧해고관행 등 낮은 점수를 받아오던 항목들에서 순위상승을 기대해볼 만한 현상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87.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계(노동인력 기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초부터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홍역을 치렀으며, 고학력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면서 인력유치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업체 규모에 따른 노동조건 격차의 확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뽑힌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한국의 사회적 유동성에 31.88점(94위)을 매긴 인시아드의 평가보고서다.

그나마 여성 경제활동 분야에서는 개선될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평균임금과 비정규직비율 등 뚜렷한 남녀격차가 나타나는 고용지표들은 대부분 청년층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통계청의 연간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남녀 간 경제활동참여율의 격차는 매년 좁아지고 있으며, 20~29세 고용률과 대학진학률은 이미 역전됐다. 물론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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