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오찬을 마친 후 로비로 나서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최찬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10일 청와대에서 만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남북정상회담 분위기가 달아오른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안한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는 김정은의 친서 내용도 덧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며 여지를 남겼다. 남북정상회담은 단순히 남북 정상들의 결심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밝힌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선 문 대통령의 말처럼 ‘여건’이 중요하다. 특히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관건이다. 10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관계’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결국 ‘여건’ 때문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만한 북미대화 없이 남북정상회담이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화해 분위기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평창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면서 남북긴장관계를 유지했지만, 김정은의 신년메시지를 계기로 작년과 한반도 정세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는 김정은의 친서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북미대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탐탐치 않게 여기고 있는 한 북미간 대화는 쉽게 성사되기 어렵다.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 대표단에 눈길을 주지 않고 다른 나라 고위급 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리셉션 장소를 빠져나간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이 아직까지 북한을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행동으로 보인다.

따라서 평창올림픽 이후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이를 계기로 강경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맞대응해 미사일 도발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북미대화는 고사하고 한반도에 평창올림픽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긴장감이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북관계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위해 물밑에서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북미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북미’ 긴장관계 해소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대화가 남북정상회담의 밑거름이란 점을 계속해서 북한에 상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을 맞은 6월 15일과 광복절인 8월15일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성급한 분석이란 게 우세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만 보더라도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최소 1년 이상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 순풍을 타더라도 내년 중반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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