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아베노믹스'를 이끌어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교도 통신‧닛케이 신문 등 일부 일본 언론들은 10일 아베 총리가 의회에 구로다 총재의 재임명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연립 여당인 자민당‧공명당 내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 통과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행 총재가 연임에 성공한 것은 지난 1954년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주요국들이 새 통화정책을 준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장들의 얼굴이 빠르게 교체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에서는 제롬 파월 이사가 재닛 옐런 의장을 대신해 새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올랐으며,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 샤오촨 총재 또한 오는 3월 퇴임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주역이었던 구로다 총재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재지명이 확실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길 원한다는 시장의 분석 때문이다. 타케시 미나미 노린추킨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구로다 총재의 재임명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와중에도 일본 정부는 최고 수준의 통화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다”고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월 말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며 “현재 통화정책을 지속해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구로다 총재가 향후 5년 동안 풀어야 할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GDP의 96%에 달할 정도로 불어난 일본은행의 보유자산을 관리하는 동시에 출구전략을 시행할 시점도 설정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43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일본의 통화정책 종료 시점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중 종료’와 ‘내년 또는 내후년’ 응답이 팽팽히 맞섰다고 밝혔다. 현 정책기조가 3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 응답자도 일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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