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한미FTA 제2차 개정협상 자리에 출석한 한국측 대표단.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지 7개월이 지났다. 수차례의 의견교환과 두 번의 공식협상이 있었지만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한편 새로 발표된 무역통계에서 양국 간 교역양상의 변화가 관측되면서 한미 FTA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 한·미 무역, 자동차 수출 줄고 에너지 수입 늘어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7년 미국의 상품·서비스 무역수지는 5,660억달러였다. 16년에 비해 약 12%, 600억달러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비스수지 흑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반면 상품수지 적자는 7.6% 가량 확대됐다. 브라질·홍콩에 대한 무역흑자 폭이 확대되고, 중국을 제외한 일부 무역적자국가(유럽연합 등)와의 교역도 개선된 영향이었다.

반면 한국과의 무역 양상은 이와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2016년 275억7,200만달러였던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는 작년 228억8,7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적자 폭이 전년 대비 17% 줄어들면서 한·미 FTA가 발효된 후 두 번째로 낮은 무역수지 격차가 기록됐다. 16년 대비 17년 미국의 대 한국 수출액은 60억달러 증가한 반면, 반대 방향으로는 13억달러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산업이 북미지역에서 부진한 것이 낮은 수출증가율의 원인으로 뽑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 미국 완성차수출은 78만1,000여대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6년 36.7%에서 33.2%로 낮아졌다.

수입 측면에선 에너지 수입량이 대폭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작년 12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17년 1~11월 미국산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기간에 비해 148.2% 증가했다. 미국산 LPG 수입액은 16년 10억8,300만달러에서 17억1,000만달러로, 석탄 수입액은 2억6,100만달러에서 7억4,800만달러로 급증했다. 6,900만달러에 불과했던 원유 수입액은 무려 779% 증가해 6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동향. <그래프=시사위크>

◇ “FTA 때문에 미국 무역적자 확대” 주장 깰 수 있나

한국과 미국의 무역불균형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미국 상무부의 발표는 현재 진행 중인 FTA 개정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됐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요 논거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2015년까지는 이 논리가 맞아떨어진다. 13년 당시 207억2,100만달러였던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는 2015년에 282억7,30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적자 폭은 16년과 17년 각각 275억7,200만달러와 228억8,700만달러로 감소했고, 17년에는 한국이 대 미국 수입액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지난 1월 31일과 2월 1일에 열린 제2차 한미 FTA 개정협상은 1차 협상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적자 해소를, 한국은 세이프가드를 비롯한 무역규제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무부의 이번 발표에서 양국의 무역불균형, 특히 자동차 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측의 반박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물론 여전히 한국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지만, 수출증가율 측면에서는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에너지 수입이 증가한 것도 긍정적인 자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주도권’ 정책을 내세워 미국의 전통 에너지 산업을 확대하려 나서는 중이다. 한국의 높은 원유·석탄 수입 증가율은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산업에 대한 세이프가드 해제를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한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국회에 출석해 제3차 한미 FTA 개정협상이 3월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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