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 가전분야에서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끈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가 가전분야에서 선두업체를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분주하다. 그간 관망하던 제품의 시장규모가 커짐에 따라 뒤늦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기술력 차이로 당분간 유의미한 성적은 힘들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의류관리기의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의류관리기는 자주 세탁하기 힘든 코트 등을 넣어두기만 해도 살균 및 구김해소 등이 가능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수 건의 의류관리기 디자인 특허를 신청했고, 최근엔 시제품까지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의류관리기 시장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의류관리 시장의 터줏대감은 2012년부터 ‘스타일러’ 시리즈를 선보인 LG전자이지만 그간 큰 성과를 보이진 못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제품이 이뤄진데다가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2002년 출원한 의류처리장치 특허.<특허검색서비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또 다른 가전분야에서도 관측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유럽시장에서만 팔던 ‘건조기’를 국내에서도 출시, LG전자가 장악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건조기 판매량은 재작년 10만대에서 지난해 60만대로 성장했고, 올해 1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파워건을 출시하면서 LG와 다이슨이 선두에 선 국내 프리미엄 무선청소기에도 뛰어들었다.

시장상황이 변화되자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참여한 셈이다. 물론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타 업체가 키워놓은 시장에 편승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참여업체들의 증가는 시장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소비자들에겐 좋은 일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신 가전에서 삼성전자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당장 성과를 내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이란 브랜드는 최상급이지만 아직 기술면에서 미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건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제품 2개(3, 4위)를 기록한 반면, LG전자는 1, 2위를 포함 총 8개의 제품을 순위차트에 올렸다. 또 작년 말 기준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은 LG전자가 점유율 43.9%로 1위에 올랐고, 2위는 31%인 다이슨이 차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통적으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분야에선 잘하고 있다”며 “하지만 후발주자로 내놓은 가전제품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형 건조기로 출시 예정인) 14kg 제품도 2년 전 기술인 ‘히터방식’과 (신기술인) 인버터 히트펌프를 합쳐서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했다”며 “시장에 진입하는 삼성의 제품이 (혁신을 요구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걸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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